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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암호화폐 보유 공시, 71개 그룹 중 카카오·넥슨만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시대상기업집단(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 71개 중 사업보고서 등에 암호화폐 보유를 공시한 곳은 카카오와 넥슨NXC 두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대표회사의 암호화폐 공시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두 기업 이외 삼성, 현대차, SK 등 나머지 69개 기업집단은 암호화폐 보유 여부에 대해 별도 공시를 하지 않았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한 규제를 받지만, 암호화폐 보유 여부를 공시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나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암호화폐를 보유했더라도 감사보고서 등에 공시하지 않는 한 보유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송재호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암호화폐 공시 의무를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12일 발의했다. 변동성과 위험성이 큰 암호화폐로 인해 소액주주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암호화폐 보유 여부를 공시사항에 포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암호화폐 공시현황. [민주당 송재호 의원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암호화폐 공시현황. [민주당 송재호 의원실]

"위험 요인 공시해야" vs "현 상황에선 자발적으로" 

암호화폐 공시 의무 필요성에 대해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감사보고서 공시의 기본 취지는 회사의 위험요인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암호화폐 자산은 변동성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공시의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자산의 성격이 무엇인지 당국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는 규제를 우선하기보다는 기업에 자발적으로 맡기는 것이 맞다”면서 “당국이 판단을 내놓고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상황에서 유효한 논의”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일부 코인들의 무분별한 상장과 상장 폐지가 계속되고 있어 투자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해킹 등 범죄와 관련한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 2019년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이 각각 2건씩 발생해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보통신망 침해형 범죄는 올해 1~6월 총 79건으로 피해액은 약 149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해킹 발생 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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