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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증가세 드라마틱하게 안꺾일 것" 전문가들이 본 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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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수도권의 새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로 두는 초강수를 뒀다.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최다 규모로 쏟아지자 3단계가 아닌 가장 높은 단계인 4단계를 바로 적용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실행만이 답이라는 판단에서 결정했다”며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덕철 중대본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의 유행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모든 방역 지표상 이대로 둘 경우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 우려된다”며 “수도권의 상황은 4단계 기준에 아직 못 미치지만, 유행 증가가 뚜렷해 선제 대응이 중요하고 수도권, 지자체들이 모두 4단계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을 수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4단계는 현 체계 내에서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이라고 보면 된다. 오후 6시 이후로는 3명 이상 못 만나게 해 사적 모임에 있어선 우리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 수준의 제한인 셈이다. 여기에 당초 오후 10시까지 영업 가능한 유흥·단란주점을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가 하면, 백신 접종에 따른 사적 모임 인원제외 혜택도 중단했다. 강화한 4단계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최후의 단계로 모임, 약속, 외출 등을 최대한 줄이고 집에 머무르는 것을 의도한다”며 “소규모의 모임을 통한 산발적인 전파 양상이 두드러진 점을 고려할 때 작은 모임과 외출을 자제시킨다면 충분히 확산 세가 꺾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거로 보면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라고 우려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빠르면 1~2주 정도 후에 증가세를 확실히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확진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제대로만 차단된다면 최대 2주 지난 후부터 환자가 일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대백화점 사례에서 보듯 저녁 모임뿐 아니라 낮 시간대 직장생활 과정에서도 감염이 될 수 있는 만큼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천 교수는 또 “영국이 방역을 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지속했는데도 확진자가 증가했다. 그만큼 델타 전파력이 무서운 것” 이라며 “4단계 권고 이외에도 직장 등에서 개인 방역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엑스포 과학공원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엑스포 과학공원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가세가 꺾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드라마틱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델타 변이가 일주일에 3배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유행의 베이스라인(시작점) 자체가 높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델타 확산속도를 변수로 예측했다. 그는 “앞으로 한 두 달 가장 우려스러운 게 델타의 영향”이라며 “4단계는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역조치인데 이전에는 이 정도라면 관리가 됐던 바이러스 전파가 델타에도 과연 효과적일지 걱정이다. 결국 델타와의 속도게임인데, 4단계를 하면서 한 두 달은 접종 완료율을 가능한 대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접종 완료를 목표로 속도 내야 한단 것이다. 김 교수는 “접종이 안 된 50대 이하 연령대에서 델타가 확산하면, 절대적인 환자 수가 커지게 되면서 사망자 또한 늘 수 있다”고 말했다.

피로도가 높은 상태라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우주 교수는 “이미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대책으로 신뢰가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 참여를 위해 정부가 자영업자 등의 손실 보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우리 사회는 그간 국민 방역 참여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됐다”며 “손실보상법이 국회 관문을 통과했지만 피해를 회복할 정도의 지원만 약속했고 소급 지원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희생한 국민에 보답하지 않으면 자발적 참여를 바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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