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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내주 파업 윤곽…반도체 부족 이어 또 악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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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달 30일 울산공장에서 제13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현대차 노조는 5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노동쟁의 결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노사는 지난 달 30일 울산공장에서 제13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현대차 노조는 5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노동쟁의 결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차랑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생산 차질이 심해질 수 있다. 노조는 최근 2년간 임금을 동결했으니 올해는 임금협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체 조합원의 74%가 찬성표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 있어야 #사측, 여름휴가 전 협상타결 의지

8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조합원 투표에서 투표자의 83.2%가 파업에 찬성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충남 아산공장, 전북 전주공장,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 등에서 전체 조합원 4만8599명 중 4만311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88.7%였다. 투표 불참자를 포함하면 전체 조합원의 73.8%가 파업 찬성표를 던졌다. 2018년 7월 조합원 투표(65.62%)와 비교하면 파업 찬성률이 높았다.

노조는 8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13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하지 못해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가지려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있어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다음 주 초 조정 중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018년에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하루 2~6시간 간격으로 부분파업을 했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2년간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매듭지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7만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의 경우 소비자들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신차를 받을 수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는 소비자가 (차량 출고를) 기다려줄 수 있겠지만 수출 물량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 사측은 다음달 초로 예정한 여름휴가 전에 노조와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노조도 무조건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국내 기업에서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가 일본의 200배 가까이 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파업으로 인한 임금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 일수는 연평균 38.7일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0.2일)의 193.5배에 이른다. 독일은 6.7일, 미국은 7.2일이었다. 한경연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노사협력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130위였다. 조사 대상 141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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