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정은경 "4차 유행 왔다, 이달말 하루 2140명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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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방역당국이 4차 유행 진입을 공식화했다. 또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가 최근 확진자 폭발을 불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악화하면 이달 말 하루 평균 확진자가 21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하루 확진자 숫자가 1275명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당분간은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4차 유행의 진입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방역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방역당국자로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예방접종이 30%가량 진행돼 고령층의 치명률, 위중증은 줄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 전체를 감염으로부터 방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대본은 현 상황을 4차 유행의 진입 단계로 판단했다. 특히 이번 유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2일 사이에는 1200명 규모의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덤은 예방접종 실시 전인 지난의 3차 유행과 비교해 보면 치명률은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2월 치명률이 2.2%에 달했지만 올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치명률은 0.7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변이의 위협이 거세다. 정 본부장은 “최근 델타 변이의 검출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8월 중에는 우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1주간 국내 감염 확진자 중에 주요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률은 30.5%에서 39%로 증가했고, 수도권에서의 주요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률은 28.5%에서 39.3%로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델타 바이러스에 대한 검출률은 한주 전에 비해 약 3배 증가해서 수도권에서의 검출률도 4.5%에서 12.7%로 증가했다.

당국은 이대로 감염이 확산하면 이달 말 하루 평균 확진자가 2140명까지 나올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정 본부장은 “방대본이 민간 전문가와 합동으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하여 향후의 발생에 대한 전망을 추정본 결과, 7월 말 환자 수를 기준으로는 현 수준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1400명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며 현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2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적극적인 방역수칙 준수를 통해 확산이 억제되는 경우에는 환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될 수 있다”라며 “백신접종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면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가 적극적으로 이행되는 경우 9월말 260명~415명 수준까지 감소가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최근의 확진자가 폭발한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방역 완화 신호와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꼽았다. 정 본부장은 "오랜 코로나 대응으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신호가 사람들의 접촉을 증가시키고, 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증가가 지금의 유행 급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지난 1년 6개월을 인내하면서 거리두기와 방역에 참여해 주신 국민들께 또다시 방역 강화를 요청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라며 “서울 ㆍ경기 등 수도권 급증으로 시작된 지금의 유행을 빠르게 꺾고 사회 전체적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우리 국민의 단합된 멈춤이 간절히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의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청 ㆍ장년층도 그동안 방역에 동참하며 고통을 분담해 주신 데 대해 고마운 마음과 함께 8월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좀 더 개인방역을 강화해 주십사 요청드린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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