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남매' 양학선·여서정, '이름값' 해야하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14:16

'도마 황제' 양학선(29·수원시청)와 '도마 공주' 여서정(19·수원시청)에게는 본인의 이름을 딴 신기술이 있다.

여서정과 양학선. 프리랜서 김성태

여서정과 양학선. 프리랜서 김성태

양학선은 지난 2011년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3바퀴 비트는 신기술(난도 6.0)을 본인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양학선 이름이 붙여졌고 줄여서 '양'이라 불렸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19년 여서정은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2바퀴 비트는 신기술(난도 6.2)을 성공시켰다. 역시나 독보적인 기술로 '여서정' 이름이 붙었다. 체조 전문가들은 "난도 6점대가 가장 높은 기술이다. 양학선과 여서정이 자신의 이름이 붙은 난도를 성공시키면, 어느 국제대회를 나가도 무난하게 메달권"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양학선과 여서정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학선은 오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한동안 '양학선' 기술을 뛰지 못했다. 1~2번 정도는 제대로 뛸 수 있지만, 수차례 뛸 경우에는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다. 여서정도 5번 정도 하면 1~2번 성공하고 있다.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예전처럼 어쩌다 한 번 성공으로 메달을 따는 시기는 지났다. 5번 뛰면 4번 정도는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학선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움닫기를 개선해야 한다. 햄스트링 부상 트라우마로 인해 빠르게 달려 발을 굴러야 하는데 주춤하는 경우가 있다. 양학선의 신기술 완성을 도운 송주호 충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중에서 비트는 기술을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도움닫기만 잘하면 완벽한 '양학선'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양학선의 도쿄올림픽 출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체조협회는 9일 회의를 열어 양학선의 도쿄행을 결정할 예정이다.

여서정은 공중 동작이 아쉽다. 공중에 올랐을 때 몸을 'I'자로 만들어 돌아야 착지까지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몸을 반듯하게 만들지 못해 회전이 빨리 풀려 착지 때 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서정 아버지인 '도마 전설' 여홍철 경희대 교수도 “서정이 도마 뛰는 것을 봤는데 공중에서 허리가 ‘C자’로 굽는다"고 분석했다. 송주호 교수는 "공중에서 턱이 살짝 들어올려지는 모습이 보였는데, 아주 많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양학선에게 도쿄올림픽은 체조 인생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이후 부진했던 모습을 뒤로하고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떠나고 싶어 한다. 여서정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 은메달을 딴 아버지 여홍철 교수의 아쉬움을 날릴 기회다. '양학선' '여서정' 기술이 이름값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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