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치보나···이빨 뽑힌 애완사자, 중국인 주인에 돌려준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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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빌라에서 길러지다가 당국에 의해 몰수됐던 18개월 수컷 사자가 중국 국적의 주인에게 5일(현지시간) 되돌아갔다. [로이터=연합뉴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빌라에서 길러지다가 당국에 의해 몰수됐던 18개월 수컷 사자가 중국 국적의 주인에게 5일(현지시간) 되돌아갔다. [로이터=연합뉴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빌라에서 길러지다가 당국에 압수된 ‘애완 사자’가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지시로 중국인 주인에게 되돌아갔다고 영국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 "돌려줘라" 지시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입장 번복 #환경단체 "야생동물 사육 부적절" #BBC "최장수 집권 훈센, 中과 긴밀"

BBC에 따르면 프놈펜의 한 빌라에 사자 한 마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올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을 통해 화제가 됐다. 중국 국적의 남성 A씨가 18개월 된 수컷 사자를 기르고 있다며 올린 영상이었다.

캄보디아에선 사자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 4월 A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달 27일 사자도 압수해 갔다. 사자는 A씨가 불법적으로 밀수해 캄보디아에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보호 단체에 의해 임시로 보호되고 있었다.

상황은 4일 저녁(현지시간) 훈센 총리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바뀌었다. 훈센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농업부 장관에게 관련 문제를 제기했고, 사자를 ‘적합한 우리’에서 기른다는 전제에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댓글을 달아 훈센 총리에게 “중국과 캄보디아의 우정이 영원히 굳건하기를 바란다”며 감사 표시를 했고, 훈센 총리는 “우리 안에서 안전하게 키우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4일(현지시간)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올린 페이스북. 사자 문제를 농림부 장관과 협의해 중국 국적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훈센 총리는 ″감사하다″는 사자 주인에게 직접 ″우리(cage) 안에서 잘 기르길 바란다″는 답글도 달았다. [페이스북 캡처]

4일(현지시간)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올린 페이스북. 사자 문제를 농림부 장관과 협의해 중국 국적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훈센 총리는 ″감사하다″는 사자 주인에게 직접 ″우리(cage) 안에서 잘 기르길 바란다″는 답글도 달았다. [페이스북 캡처]

A씨는 당초 3만 달러(약 3400만원)의 벌금도 부과 받았지만, 이마저도 훈센 총리의 지시로 돌려받을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캄보디아 농림부 장관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의 연민을 담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캄보디아 환경부가 “사자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것은 멸종위기의 야생 동물에 관여하는 어떤 활동도 금지하는 산립법 49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처음 당국에 문제제기를 했던 국제 환경단체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는 “A씨의 집은 야생동물에게 부적합하다”며 “사자는 송곳니와 발톱이 제거돼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BBC에 따르면 주인 A씨는 친정부 성향의 캄보디아 매체 인터뷰에서 “사자가 학대당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 사자만을 위한 특별한 집을 빌리기 위해 매달 5000달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빌라에서 길러지다가 당국에 의해 몰수됐던 18개월 수컷 사자가 중국 국적의 주인에게 5일(현지시간) 되돌아갔다. [AFP=연합뉴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빌라에서 길러지다가 당국에 의해 몰수됐던 18개월 수컷 사자가 중국 국적의 주인에게 5일(현지시간) 되돌아갔다. [AFP=연합뉴스]

캄보디아 정부의 갑작스런 반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티나 레드쇼 캄보디아 주재 영국 대사는 “이번 반환 결정에 실망했다”며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거래와 소유를 막기 위한 법안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트위터에 밝혔다.

BBC는 이에 대해 “캄보디아 당국은 사자를 몰수했던 초기 결정이 왜 뒤집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세계의 손꼽히는 최장수 집권자인 훈센 총리는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개발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훈센 총리는 1985년 1월 권력을 잡은 뒤 36년여 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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