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보다 전문 지식이 중요 한국인 국제기구 진출 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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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서울대 법대 송상현(64) 교수. 요즘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ICC에서 일하는 670여 명의 일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3명이란다. ICC 탄생에 한국이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설명이다.

최근 일시귀국한 그는 "국제기구에 지원했다 떨어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 장벽'을 이야기하더라"면서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 재판관은 "ICC에서는 70여 개 나라 출신들이 일한다"며 "때로는 말도 안되는 영어.불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지원자들의 낙방 사유는 대부분 전문 분야 실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능력.경력에 비해 다소 높은 지위에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준비 부족도 문제란다. 그는 "해당 국제기구 홈페이지만 잘 살펴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조차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도 많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송 재판관은 2003년 ICC 초대 재판관(임기 3년)에 뽑힌 데 이어 올해 초 재선(임기 9년)에 성공했다. ICC의 재판관 18명은 회원국들의 투표로 뽑는다.

그는 행정고시(1962년)와 사법고시(63년)에 모두 합격한 뒤 학문의 길을 택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런 이력이 그가 ICC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재판관 자격에 '해당 국가 최고법원의 법관이 될 자격.경력을 갖춘 자'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의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 협약'에 따라 2002년 만들어졌다. 국가 간 분쟁을 처리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전쟁.집단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심리.처벌한다. ICC 재판관의 연봉은 18만 유로(약 2억2000만 원)이며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도 상당한 편이다.

송 재판관은 "내 임기가 끝난 뒤에 한국인 재판관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며 "관심있는 후배들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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