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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사회적 효’ 시대, 자식이 잘 살아도 생계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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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10월부터 연소득이 1억원에 가까운 비교적 잘 사는 자녀를 둔 부모도 기초수급 자격을 충족하면 생계비 지원을 받게 된다. 자녀의 부양 능력을 따지지 않고 국가가 부모를 보호하게 된다. 10~12월 전국 5만 가구가 476억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 소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 폐지는 1962년 1월 생활보호제도가 시행된 이후 59년 만이다. 2000년 10월 생활보호제도를 국민기초생활제로 바꾼지 21년 만이다. 보건복지부 박인석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을 줄이고 사회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녀의 효에서 ‘사회적 효’로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기초수급자 생계비 지급 확대 #부양의무자 기준 59년 만에 폐지 #부모 월소득 93만원 안 넘으면 대상

그동안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금씩 완화해 왔지만 폐지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인식 변화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 있다는 응답이 2006년 63.4%에서 지난해 22%로 줄고, 가족·정부·사회 모두라는 응답은 26.4%에서 61.6%로 늘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그동안 저소득 노인의 빈곤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득과 재산을 제법 갖춘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데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의 생활이 점점 팍팍해지는 점도 반영했다. 자녀의 소득이 어느 정도 있어도 사교육비·주거비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다만 자녀 가구의 연간소득이 1억원이 넘거나 재산이 9억원(부동산은 공시가격)을 넘으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고소득·고재산 자녀는 여전히 부모를 부양하라는 뜻이다. 이 기준에 드는 자녀 가구가 1%가 채 안 된다고 한다. 기초수급자 급여 중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이미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의료급여는 지금처럼 유지한다.

앞으로 노부부 가구(2인 가구)라면 자녀의 부양능력과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월소득평가액+재산의 월소득환산액)이 92만6420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매달 생계비를 받는다. 만약 소득인정액이 60만원이라면 약 32만원을 받게 된다. 기초수급자에 포함돼 생계비를 받던 사람은 생계비가 올라간다. 자녀의 부양능력을 따져서 일정액을 부모에게 부양하는 것으로 간주해(간주 부양비) 이만큼 빼고 생계비를 지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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