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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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수출·고용·물가 등 경제 각 부문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 채 삐거덕거리고 있다. 증시도 계속 침체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투자자들이 아우성이다.
89년 말을 한 달여 앞두고 각 경제주체들이 『내년엔 정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지 않을까』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제지표들을 들여다보면 걱정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우선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해왔던 수출은 올 들어 10월말 현재 5백4억5천만달러(통관기준)로 4%증가에 머물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장래인데 수출신용장내도액증가율도 3·4분기에는 18.7%로 한동안 늘어난다 싶더니 10월에는 4.6%로 뚝 떨어졌다.
산업생산도 9월중에는 3.4%(전년동기비) 증가에 그쳤고 제조업가동률도 78.6%의 낮은 수준에 멈추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수정전망치였던 7%대에서 6%수준으로 경상수지흑자도 6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물가는 아직 연말을 2개월 남겨놓고 억제목표선을 뛰어넘어 안정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당초 예상했던 채권국원년의 기대가 사라진 것은 물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잡았다고 뽐냈던 성장·물가·국제수지의 세 마리 토끼도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현재로선 이러한 상황이 내년에 개선될 조짐을 찾기 힘들다.
정부는 일단 내년경제를 성장률 7.5%, 소비자 물가 5%, 경상수지혹자 60억달러로 골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도 지금의 욕구분출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제된다는 전제하의 「희망」일 뿐으로 최근의 추곡수매가 논쟁처럼 자기 몫 찾기의 주장은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고 과소비현상, 노사분규를 치르면서 나타난 생산현장에서의 「근로의 질」저하 등은 경제에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가하고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했던 우리경제가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데는 우리 손으로 제어하기 힘든 통상마찰, 원화절상 등 대외여건과 정책대응의 실기 등 정부의 잘못도 컸던 점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각계각층의 그치지 않는 욕구분출로, 그것이 사회전체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감이 급속히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경제는 그동안의 고속성장에 따른 관성으로 어느 정도 굴러온 게 사실이다.
시설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고용이 증대되는 등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각계가 한 발짝씩 물러나 상호 합의아래 경제를 다시 쌓아가는 인내가 절실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민주화를 포기해 과거처럼 권위주의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면 방법은 그 길 뿐이기 때문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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