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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중환자 병상 "태부족"|서울대의대 김광우 교수팀 국내병원 운영실태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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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의료진의 「집중감시」를 받아도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들이 숱하게 방치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옮겨지는 중소병원들은 대부분 환자집중감시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아 중환자들을 더욱 사경을 헤매도록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의대 마취과학교실 김광우 교수(중환자관리학)팀이 최근 국내 59개 병원의 중환자실 운영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환자실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중환자실이 전체병상(베드)중 차지하는 비율은 4.8%로 미국의 10∼15%보다 훨씬 낮은 수준. 그만큼 국내 중환자들이 일반병실에 방치된 채 소홀히 취급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전국민 의보시대를 맞아 의료의 질을 높이자는 소리는 높으나 병원수지의 개선이 안됐다는 이유로 지난 10년간 중환자실 등에 대한 의료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 서울대병원 소아병원만이 총3백병상 중 10%를 중환자실에 할당하고 있을 뿐 기타 국립대학병원은 물론 유수한 사립대학병원들조차 이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하버드대 의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환자감시기구·순환감시기구를 중환자실은 물론 일반병실에까지 갖춰 24시간 환자의 상태를 파악, 즉각 대처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병원들은 심장마비를 자주 일으키는 중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전기충격장치 같은 기본장비도 갖추지 않는 등 「병원표준화 심사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연세대의대 김원옥 교수(마취과)는 『최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으로 중환자들이 3차진료기관인 대학병원에 집중되고 있으나 중환자실 부족으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일반병실에 입원되고 있으며 인력부족으로 밤 시간에는 거의 무방비상태』라고 밝혔다.
김교수는 『대학병원도 문제지만 교통사고 환자를 취급하는 중소병원들이 허울만 좋은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필요한 장비와 중환자관리에 관한 특수교육을 받은 의료진의 부족 때문에 일부 병원의 중환자실은 보호자들의 출입을 막는 일종의 「도피처」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 때문에 중환자실에 잘못 들어가면 오히려 죽음을 더 재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관계자들은 중환자실·응급실의 부족을 해결키 위한 대책은 국가차원에서 세워져야 하며 ▲병상의 적절한 확보 ▲전문인력의 양성을 통해 24시간 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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