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던 소문…투서가 결정적 단서|「공업용 우지」파문의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검찰>
비식용의 공업용우지를 사용한 식품업체 수사는 익명의 제보와 투서가 단서가 됐다는 소문.
검찰은 과거 이들 식품회사들이 공업용우지를 사용해 왔다는 소문이 있어온 데다 비교적 근거 있는 제보까지 있어 「의욕」을 가지고 9월초부터 내사를 거쳐 본격 수사에 착수.
서울지검 특수2부는 초기엔 김인호 검사 혼자 공업용우지사용 식품업체의 실태파악과 신병소환을 도맡아 왔으나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3일전인 지난주 초부터 특수2부 검사 4명 전원이 매달려 철야 수사하는 등 마무리에 총력전.
○…검찰은 수사 마무리단계에서 이번 사건이 전 국민이 상용하는 식품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로서 수사결과 발표 때 일어날 엄청난 파문을 고려해 발표내용 및 시기, 신병처리 대상 등을 정하는데 상당히 고심했다고.
사건 윤곽이 파악된 지난주 초부터 서울지검 특수2부 강신욱 부장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에 들어가 수사진척상황을 보고하고 신병처리 방향과 수사결과 발표 등에 대해 협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
수사결과가 발표된 3일 오전까지만 해도 강부장검사는 『별도의 수사발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출입기자들이 『검찰이 고생한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면 쓸데없는 오해만 산다』며 발표를 요구하자 이날 오후 급히 간략한 발표문을 만들어 배포.
이같이 수사결과 발표문을 급히 만든 탓인지 발표문에는 적용법조도 없이 구속자 인적사항과 영장 범죄사실만 언급했는데 이는 평소 다른 사건 수사발표 때의 주자료·보조자료 등 장황한 배포와는 사뭇 대조적이어서 눈길.
○…이번 검찰 수사결과발표에서는 전 국민의 최대관심사인 공업용우지 사용 라면 등의 인체유해 여부에 대해 『우리나라 기술수준으로는 감정불능』이라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느낌.
검찰은 인체유해여부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식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설명으로 일관하면서 『다만 인체에 유해할 개연성이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며 인체유해는 물론 발암물질까지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감정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국민의 법감정과 공소유지에 가장 중요한 관건인 인체유해여부를 규명하지 않고 대표까지 구속한 것은 수사상식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이 인체유해여부를 밝혀놓고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
○…수사발표가 있자 마자 적발된 업체들이 단합해 『공업용우지는 보사부 기준에 합격했으며 수사당국의 발표는 비식용 우지라는 용어자체에 대한 법률상의 경직된 해석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광고를 통해 정면반격하고 나서자 검찰관계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긴급회의를 하는 등 부산.
검찰은 「식용과 비식용 우지의 차이」라는 유인물을 발표, 공업용우지는 원천적으로 식품의 원료가 될 수 없다는 「뿌리」론을 전개하며 생산공정, 운반·보관 및 판매, 용도 등을 장황히 설명.
○…식품업체의 공업용우지 사용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은 7일 삼양식품 등이 비식용 소기름에 대한 정밀검사를 미국전문기관에 의뢰한데 대해 『미국에서도 인체유해여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박.
검찰은 『삼양식품 등의 감정의뢰는 완제품에 대한 인체유해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산가·불순도·성분 등을 분석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미 공업용우지에 비닐성분인 폴리에틸렌이 들어간 것이 입증된 이상 공업용우지가 식품원료로 사용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

<보사부>
「공업용 우지라면」사건에 대해보사부는 원료 우지와 완제품을 구분, 『비식용 원료 우지를 수입한 것은 분명히 위법이나 이를 정제해 생산한 라면은 이상이 없다』고 입장을 정리.
이 같은 판단은 식품공전규정상 비식용 우지는 식품원료로 부적합한 것이 명백하나 이를 정제해 생산한 라면은 그동안의 수거검사에서 모두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보사부는 「완제품의 규격기준에 맞으면 곧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가」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라면·마가린 등 전 제품을 수거해 정밀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
또 법규에 위반된 비식용 우지를 식용으로 수입하는 것과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 생산을 금지토록 조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파동의 주무부서로서 명백히 법규에 위반된 것은 인정하되 완제품의 유해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안전하다는 판단을 고수, 국민들의 불안감을 경감시키자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사부는 우지 사건에 관련된 5개 업체 가운데 한·미 합작회사인 서울하인즈가 포함된 데 대해 『그럴 수가 있느냐』며 크게 분개.
보사부 관계자는 『서울하인즈의 경우 미국의 기술진이 상주하며 제품 생산을 감독해왔는데 어떻게 비식용 우지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을 방치할 수 있었느냐』고 지적.

<업체>
「우지 라면」사건으로 회사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는 해당 5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만 이 해명서 발표에 참여했는데, 이는 제품 자체에 하자가없다는 자신과 애매하게 피해를 당했다는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인 듯.
한 회사 관계자는 특정업체가 공업용인 D등급이하의 저질 우지를 수입, 튀김기름을 생산한 사실이 적발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른 우지 수입업체에까지 불똥이 튄 것으로 추측.
○…삼양식품 측은 비식용 우지를 사용, 라면을 제조해온 데 대해 『동물성 지방섭취량이 부족한 우리 국민들이 균형 있는 지방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식품회사의 사명감 때문』이라고 극구 변명.
회사측은 식용 우지가 아닌 비식용을 수입한데 대해 『식용은 미국내 우지 생산량의 5%정도밖에 안 돼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고 외국에선 이를 살 수 없기 때문』이라며 『식물성 팜유나 우지 모두 원유상태에서는 비식용이긴 마찬가지』라고 강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