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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통화료 인상"반발|10대시 전화료 시분제 내년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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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전기통신공사는 내년 1월1일부터 서울 등 10개 대도시의 사내전화요금 시분제 실시를 앞두고 대대적인 대국민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신공사 측은 최근 신문광고를 이용, 『전화를 짧게 씁시다』는 구호를 내세워 전화요금 시분제 실시를 홍보한데이어 인기탤런트를 동원한 TV 홍보물도 제작, 곧 방영할 계획이다.
전기통신공사는 최근 몇 년 간의 최우선 과제였던 전화요금 시분제 실시를 올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도하려 했다가 좌절을 맛보았다. 전화요금 시분제 실시는 사실상의 전화요금 인상이라는 전화가입자, 곧 일반국민의 반발과 전화요금의 사실상 인상이 물가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경제기획원 등 다른 경제부처의 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부처간에는 『더이상 시분제실시를 늦출 수 없다』는 쪽으로 내부정리가 된것으로 알려졌고 따라서 이제는 가입자들의 반발을 상쇄시킬 설득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 직접 홍보에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내전화요금 시분제란 현재와 같이 일정한 단위요금(25원)으로 통화시간을 무제한 허용하지 않고, 시외요금이나 공중전화의 경우처럼 통화시간을 일정한 시간(3분)으로 제한해 이를 초과하면 그에 따른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제도다. 즉 통화시간은 얼마든 간에 통화 횟수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던 것을 통화시간 단위로 요금부과를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시내통화는 1통화 25원이면 얼마든지 길게 통화할 수 있는데 반해 시분제가 실시되면 3분마다 25원씩 추가 부과되는 만큼 3분 이상 통화하는 가입자는 현재보다 많은 요금을 내야한다. 사실상의 요금인상이란 이 때문이다.
통신공사 측은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종합정보통신망에 대비, 정보량에 의한 요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아래 내년부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마산 울산 수원 안양 등 10개 도시 시내전화 시분제 실시에 이어 92년부터는 시외전화의 균일요금제를 추진하고 97년 이후에는 전국단일통화권을 이룩, 전국 균일요금제를 관철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r
그러나 이 같은 공사 측의 기본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전화가입자들의 요금인상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지난 87년의 시내통화료수입 5천2백30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3분 시분제가 실시되면 10개 도시 실시의 1단계에서는 약 5백18억원, 그리고 전지역으로 확대되는 2단계에서는 약 8백79억원의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전화기본료만으로도 3천2백76억원의 수입을 얻은 전기통신공사 측에 또 다른 추가수익금이 발생, 배가 불러지는 것이다.
게다가 시분제가 실시되면 전자교환가가 아닌 기계식 교환기의 경우 요금계산장치(상세과금장치)를 별도로 처리해야 되는데 전자교환기에 밀려 점차 철거되는 기계식교환기(전체교환기의 20%)에 막대한 돈(2백36억원 추산)을 투자하는 것은 무의미한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전화요금 내용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큰 마당에 그런 예산낭비까지 해가며 시분제를 실시하려는 것이 진정 전화통신의 장기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올리기 위한 「장삿속 정책」인지 명쾌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사 시외요금 단계적 인하에 따른 추가수입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경영합리화나 원가절감노력을 통해 상쇄해 나가야지 당장의 시분제를 통해 해소하려는 발상은 동조 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체신부와 통신공사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첫째, 시분제로 인한 요금인상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전체 이용자중 3분 이상 무절제하게 통학하는 13%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3분 이내 통화자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점차 요금경감 효과를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공사는 이와 함께 올 초부터 시외요금·국제요금을 평균 20.8%, 17.8%씩 각각 인하한 사실을 들어 시분제로 인한 추가이익금으로 시외전화 등 요금을 인하하는 식의 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정보화사회로 진입한 선진국 등 세계 32개국이 이미 시분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32개국 중 우리나라가 계획하고 있는 3분 통화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19개국이며 이중 아시아의 경우 일본·터키·인도네시아·중국 등임을 들어 시분제 실시는 오히려 늦었다는 주장이다.
셋째, 시분제 실시가 되지 않는다면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팩시밀리·데이타통신 등 서비스간의 횡적보조가 어렵게 되고 이들 통신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전화 이용자가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통신공사의 한 관계자는 『시분제 실시를 단순히 요금인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단순사고의 발상이며 시분제 없이는 정보통신의 확산도 전국요금의 단일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통신공사 측의 시분제 실시논리를 십분 감안한다해도 시분제 실시에 앞서 신중히 고려돼야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화이용자들이 시분제 실시에 따라 전화통화를 짧게 할 경우 과연 각 가정이 부담하는 전화요금의 액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느냐는 문제다.
따라서 ▲과감한 기술혁신 등을 통해 기본료를 포함한 통화요금 인하 추진 ▲요금체제의 주택용·업무용 구분 ▲목적세적 성격의 전화세(10%)와 이에 따른 방위세(2%) 폐지 ▲현재 시외·국제전화에 시행되고 있는 할인제의 시내통화 확대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 이용자들도 우리 사회가 시분제 실시를 마냥 회피하기 어려운 사회발전단계에 와있다는 인식 아래 반드시 요금문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전화 등 통화 때 필요한 사항만을 미리 메모, 3분 이내에 통화하는 버릇이 몸에 배게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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