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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 X파일..안봐도 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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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비나 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비나 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폭로에 이어 22일 노컷뉴스 '장모도 주가조작' 보도 잇따라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사건 5건 쥐고 있어..음모론 끊이지 않을듯

1. 윤석열 X파일 등장을 보니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윤석열을 겨냥한 파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지난 10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검증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X파일 논란이 일었지만..그냥 의심하는 정도였습니다.

2.X파일 얘기가 폭발한 것은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소장이 19일 페이스북에 ‘심각하다’고 글 올렸기 때문입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조국보다 심각하다’고 하니 궁금증이 폭발했습니다. 이후 장성철은 온갖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계속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자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등장해 ‘나도 봤는데..그냥 떠도는 찌라시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3.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참기 힘들었나 봅니다. 처음엔 침묵을 지키다가 22일 입장을 냈습니다.‘정치공작이자 불법사찰’이라고 반박하면서‘공개’를 촉구했습니다.
윤석열을 자극한 건 19일 장성철의 폭로에 이은 22일 노컷뉴스 보도입니다. 부인 김건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장모까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특종입니다. 윤석열은 정치참여선언을 앞두고 이어지는 일련의 폭로 뉴스를..정치권과 검찰의 의도적 여론몰이로 받아들이는듯 합니다.

4.윤석열이 그런 위기감을 느낄만도 합니다. 왜냐면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여러 건의 사건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이미 수사가 종료된 과거 사건들인데, 친문강경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들입니다. 검찰은 ‘고발되었기에 수사한다’면서 계속 사건을 쥐고 있습니다.

5.대표적인 예가..22일 노컷뉴스가 보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2010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주가조작하는 과정에 부인 김건희와 장모가 끼었다는 혐의입니다.
2013년 금감원과 경찰의 내사 결과 김건희와 장모는 모두 무혐의였습니다. 작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다시 수사했지만 기소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강욱이 고발하자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반부패부에 다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수사관이 관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한 별건수사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기도 했습니다.

6.이밖에도 중앙지검에 걸려있는 수사는 4건 더 있습니다.
같은 반부패부가 잡고 있는 다른 사건은 김건희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관련입니다. 기업들의 협찬이 사실상 검찰총장을 의식한 뇌물이었다는 의혹입니다. 작년 11월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협찬기업에 ‘거래내역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는데..2015년 자료까지 요구해 과잉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7.그 중 상대적으로 심각해 보이는 사건은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재판입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22억원을 불법으로 챙겼다는 혐의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장모에게 3년형을 구형했습니다. 7월2일 선고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이 사건이 심각한 것은 다른 동업자들이 이미 2015년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장모는 무혐의였습니다. 2014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동업자로부터 ‘책임면제각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불법운영에 끼지 않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만약 운영에 참여않았다는 주장과 각서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유죄가 될 수 있습니다.

8.물론 윤석열 본인이 죄를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윤석열이) 장모가 사기당한 적은 있어도 남에게 10원 손해 입힌 적 없다고 말하더라’고 했던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물론 정진석 의원은 윤석열에 사과하며 이 말을 거둬들였지만..암튼 장모의 무죄를 주장하는 윤석열의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9.기타.. 윤석열 측근으로 불리던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향응사건..을 윤석열이 뒤봐주었다는 의혹도 중앙지검 형사13부에서 수사중입니다.
장모가 납골당 사업자의 명의신탁 주식을 불법으로 팔아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도 경찰에서 불기소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중앙지검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10.파일엔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 있을 겁니다. 대부분 복잡한 사건들이라 어느 대목을 부각하느냐에 따라 유죄로도, 무죄로도 보일 겁니다.
더욱이 이런 정치적 의혹제기는..이미 유권자 각자가 ‘윤석열 지지’ 여부에 따라 자기만의 결론을 가지고 있기에..잘 바뀌지도 않습니다.
결국 지리한 정치공방만 이어지면서 정치판에 대한 혐오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이 늘 그래왔듯이..
〈칼럼니스트〉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