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권경애가 고발한 '검찰개혁의 무법성'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21:12

업데이트 2021.06.24 00:45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작년 12월 2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작년 12월 2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국흑서 저자 권경애, '조국의 시간' 비판한 '무법의 시간'출간
검찰개혁과정 문재인의 변심과 이광철 비서관의 회유 등 고발

1.권경애 변호사가 7월 9일 ‘무법의 시간’이란 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권경애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출신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개혁을 지지했던 인물로 문재인 정권 요직에 있는 민변 출신들과 잘 압니다. 그런데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책이 세칭‘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입니다.

2.권경애가 이번에 내놓을 책은 조국이 최근 출간한 ‘조국의 시간’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무법의 시간’이라는군요.
같은 편에 속했던 사람이 실망해 돌아섰을 때 비판이 더 무섭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치부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권경애의 책은 주목됩니다. ‘조국의 시간은 무법의 시간’이 결론입니다.

3.언론에 일부 알려진 내용을 정리해보자면..검찰개혁 취지가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첫째, 문제의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변심입니다. 문재인은 애당초 ‘검찰의 특별수사권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광철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권경애에게 ‘외부에 알려지면 안된다’고 당부(?)하며 ‘대통령 의지’를 설명했답니다.
실제로 정권초기 검찰이‘적폐수사’를 왕성하게 할 당시만해도 문재인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확대했습니다. 비대한 검찰 권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말과 정반대로 행동한 셈이죠.

4.문재인의 마음이 바뀐 건 2019년 조국 사태 무렵입니다.
‘검찰개혁’이란 똑같은 구호 아래 여러차례에 걸쳐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을 축소했습니다. 2019년 10월 8일 정경심 교수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던 날 조국 법무장관은 ‘특수부 해체’를 선포했습니다.
이후 마무리 조치가 박범계 장관이 최근 내놓은 검찰직제개편입니다. 검사가 특별수사를 할 경우 총장의 승인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검사가 범죄를 인지했을 경우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기본원칙과 맞지 않습니다.

5.둘째, 그 과정에서 도드라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역할입니다.
같은 민변 소속인 이광철은 후배 권경애를 계속 만나고 연락하면서 청와대 입장을 설명합니다.
권경애가 조국 법무장관 임명하던 2019년 9월 9일 SNS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자 이광철이 전화해왔습니다. ‘윤석열이 조국 임명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강행했다’고 설명했는데..권경애는 ‘비판 글을 쓰지말아달라’는 압력으로 느껴졌답니다.

숱한 의혹과 이어지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광철 비서관이 경질되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6.셋째, 같은 편들끼리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권경애가 조국 청문회 직전 ‘사모펀드 비리가 정경심 교수와 조금이라도 연관돼 있다면 정권의 큰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김현 전 민주당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글을 당장 내리라’고 요구했답니다. 김현은 젊은 시절 청년운동 시절 만나서 알던 사이인데..문재인 대선 캠프가 꾸려질 무렵 ‘청와대 들어가 일해야 하지 않겠냐’며 참여를 권유했던 인물입니다. ‘이번만 들어주겠다’며 글을 내렸답니다.

7.권경애의 대학선배인 ‘연세대 운동권 대부’H 얘기도 흥미롭습니다.
H는 2019년 가을 조국수호 촛불집회가 열리던 무렵 권경애를 찾아와 ‘침묵하면 비례대표든 뭐든 원하는 자리 다 얻을 수 있다’고 회유했습니다. 2020년 봄 총선에서 금뱃지 달아주겠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권경애는 비판을 계속했고, H는 ‘너 볼 일 없다’며 찾아오지 않았답니다.

8.조국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면 과연 금뱃지가 주어졌을까요? 권경애가 알고지내던 김남국 변호사(현 민주당 의원)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조국 장관 청문회 당시만 해도 김남국은 권경애와 얘기하면서 ‘조국이 후보사퇴하셔야할 거 같다.임명하면 안될 거 같다’고 했답니다. 그러던 김남국은 문재인이 조국을 임명한 이후 ‘진영을 지켜야죠. 조국 장관님을 수호해야죠’라고 말했답니다. 김남국은 작년 총선에서 세월호 피해지역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전략공천됐습니다.

9.짐작가능한 것들이지만 권경애 변호사의 직접체험으로 들어보니 실감이 납니다.
자기 편일 때에는 검찰의 칼을 정치적으로 마구 휘두르다가..자기 편이 공격당하니까 검찰의 칼을 빼앗아버리는..검찰개혁은 무법이었나 봅니다. 대의나 명분은 간데 없고, 진영의 이익을 위해 끼리끼리 뭉쳐 밀어붙이는..또하나의 내로남불이었네요
〈칼럼니스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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