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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쿠팡 탈퇴..착한 기업이 필요해!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현명 쿠팡 직원(왼쪽부터),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현명 쿠팡 직원(왼쪽부터),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쿠팡 물류창고화재..쌓였던 소비자 불만 '회원탈퇴'로 쏟아져 #미국적 오너 김범석..국내법으로 못다스리자 고객들이 나섰다

1.쿠팡탈퇴 움직임이 심상찮습니다. 쿠팡탈퇴 방법을 공유하는 메시지와 탈퇴인증샷이 21일 SNS의 최대이슈가 됐습니다. 17일 쿠팡물류센터 화재로 촉발된 소비자 반응입니다. 사실은 쿠팡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오랫동안 쌓여서 터졌습니다. 디지털 세상, 달라진 기업을 못쫓아가는 정부..뿔난 소비자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2.화재 자체도 문제지만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 건 당일 발표된 쿠팡 창업자의 ‘한국탈출’선언입니다. 창업자 김범석은 17일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위해 한국 쿠팡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쿠팡에서 손 떼는 건 아닙니다. 쿠팡은 미국기업이고 김범석은 미국인 오너입니다. 한국 쿠팡은 미국에 상장된 기업(쿠팡Inc)이 100%지배하고, 김범석은 미국 쿠팡 대주주이자 CEO 겸 이사회의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3.당장 ‘사고 치고 도망간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실질적인 지배권은 유지하면서 한국에서의 법적 책임은 벗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재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김범석은 이미 오래전 국내 쿠팡에서의 사퇴 결심을 했고, 실제로 5월 31일 사임했는데..사임등기가 완료된 시점에 발표하다보니 공교롭게도 화재 당일이 됐습니다.

3.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때문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재해(인명피해)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때릴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현장사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사장에게 물어 징역 살릴 수 있다’는 매우 강력한 법입니다.

4.물론 쿠팡은 아니라고 하지만..결과적으로 김범석은 한국 쿠팡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남으로써‘중대재해처벌법’처벌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한국 쿠팡의 법적 최고책임자는 강한승 대표입니다. 그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장 출신 변호사입니다. 법적 리스크를 맡을 적임자로 보입니다. 이번 화재사건에 대한 사과도 강한승 명의로 나왔습니다. 법적으로 김범석은 책임자가 아니니까요.

5.김범석은 또 미국인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재벌총수에서도 빠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4월29일 쿠팡을 대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하면서 총수는 김범석 대신 쿠팡 법인으로 정했습니다. 외국계기업은 통상 그렇게 해왔답니다. 외국인을 지정해봐야 실질적인 제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덕분에 김범석은 재벌총수에 대한 각종 제재로부터 자유롭습니다.

6.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며 공격적인 전략으로 급성장해왔습니다. 장사는 한국에서 하지만..일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회장이 최대물주며, 상장은 뉴욕에서 했습니다.
국경을 벗어날 수 없는 국내법은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기업을 쫓아가지 못합니다. 노동자를 보호하기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소비자를 보호하기위한 공정거래법을 아무리 만들어봤자 김범석에겐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7.정부와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소비자가 나서 기업을 견제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기업인 스스로 착하게 행동하는 겁니다.
#쿠팡탈퇴는 소비자가 나선 경우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진 정부나 법과 달리 소비자들은 언제나 앞서 갑니다. 디지털 소비자들은 ‘가치’를 중시하는 적극 행동에 나섭니다. 착한 기업제품을 삽니다. 나쁜 기업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입니다. 가치소비, 미닝아웃, ESG..다 같은 맥락의 트렌드입니다.

8.이왕이면 기업인 스스로 착하게 행동해주면 더 좋겠죠.
김범석은 ‘쿠팡의 미션’을 ‘고객의 삶을 이전보다 100배 낫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기업은 고객이 떨어트린 빵조각을 향해 움직이는 비둘기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은 분명 고객의 삶을 낫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쿠팡 고객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기업, 착한 기업인이 필요하다고..
〈칼럼니스트〉
202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