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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승인’ 뺐지만…“정권수사 방어 위한 檢 개편”지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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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제개편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검찰 직제개편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던 검찰 직제개편안이 입법 예고됐다. 논란이 됐던 '장관 사전 승인' 조항은 철회됐지만, 일선 형사부의 직접 수사는 대폭 줄어들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언뜻 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지만, 검찰의 정권 수사 기능을 대폭 약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檢 직제개편안 입법예고

‘장관 승인받고 수사’는 빠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18일 '검찰청사무기구에관한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이날부터 22일까지 입법 예고됐다고 밝혔다. 애초 법무부가 준비했던 검찰 직제개편안 초안에는 전국의 지청 25곳이 직접수사를 하기 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장관 승인'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는 이 조항이 빠졌다. 대검이 지난 8일 "장관 승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장관 승인 부분은 (김오수) 검찰총장께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해서 일찍 그런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작심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 수사 권한을 대폭 줄이는 조항은 그대로 포함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됐던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 가운데, 형사부는 고소된 경제 범죄만 수사하도록 했다. 경제 범죄라 하더라도 고발이나 인지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경제와 관련된 중요 범죄에는 굉장히 어려운 법리가 가미되는 사건들이 꽤 있다”며 “일선 형사부 검사들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 수사 경험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수사권 개혁의 기조를 크게 흩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일선의 현실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부패부가 없는 일선 검찰청에서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경우 형사부 중 제일 끝부인 '말(末)부'에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유지됐다. 총장이 수사단서 확보 과정의 적정성과 사건 내용의 공익성, 검찰 수사의 적합성 및 입증자료의 충실성 등을 고려해 승인하도록 규정됐다.

정권 수사 틀어막는 검찰 조직개편?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법무부를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법무부를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안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로, 수원지검 형사3부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은 말부인 수원지검 형사 6부로 재배당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말부가 아닌 형사부는 애초에 정권 수사를 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정해 놓고, 반부패부나 형사부 말부에 친정권 검사들을 앉혀놓으면 정권 입장에서는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셈이 된다"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같은 검찰청 안에서 부에 따라 권한이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거철에 형사부 말부는 공소시효가 6개월인 선거 사건을 처리하느라 경제 범죄 수사와 같은 다른 사건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총장 사전 승인과 관련해서도 "지난 7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분산하는 내용 등을 담은 권고안까지 내면서 총장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도리어 총장 권한을 늘렸다. 정부가 방향성을 가지고 검찰개혁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이밖에 특수수사를 하는 반부패부는 강력부와 통합돼 반부패·강력부가 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부는 외사부와 통합돼 공공수사·외사부가 된다.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등 8개 지검에 인권보호부가 신설된다. 부산지검에는 반부패·강력수사부가 신설된다. 법무부와 대검은 22일까지 추가로 조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박범계 장관과 김오수 총장은 직제 개편안 최종 조율을 위해 이번 주말 사이 추가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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