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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창업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보다 현지 상황 파악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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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도에서 활동하는 사업가 김원철(53) 씨는 LG전자 상무 출신이다. 2004년 3월 인도의 통신부문 법인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이후 6개월 동안 한 아웃플레이스먼트사(근로자 재취업 및 창업을 돕는 컨설팅 회사)에서 창업을 구상했다. "한국에서 시작할 생각도 해봤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더군요. 인도는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인데다, 제가 현지 사정에서 밝은만큼 도전해 볼만 하다 싶었어요."

2004년 9월 인도로 돌아갔다. 델리에 휴대전화 수리 회사를, 서부 도시 푸네에선 TV.DVD 보드 조립 공장을 세웠다. 그는 "전 직장에서의 경험과 인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수입은 이전만 못하지만 꾸려갈만 합니다. 건강 챙기는 데도 술 먹을 일 많은 한국보다 오히려 나은 점이 있고요."

해외 창업은 해외 취업만큼이나 장년층의 관심을 끄는 일이다. 취업과 마찬가지로 창업 또한 전문지식과 현지 네트워크, 촘촘한 준비가 필수다.

강한철(58)씨는 2003년 12월 아내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로 이주했다. 한국기술정보연구원 대전지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것이 1999년. 이후 중소기업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하다 필리핀행을 결심했다. "새 땅에서 새 기회를 잡겠다"는 결심을 한 까닭이었다. 강씨는 지난 7월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했다. 절대 실패해선 안된다는 부담이 커 준비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강씨는 "은퇴이민 비자로 입국한 사람이라도 '골프나 치며 놀겠다'고 하는 이는 거의 없다"며 "대개 교민 대상 부동산임대업이나 학원업에 뛰어들지만, 요즘은 의류업체나 생활용품 제조사 등 그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 미국의 은퇴이민자들은 현재 필리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상훈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해외 창업의 성패는 자금력이 아니라 현지 상황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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