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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도쿄올림픽 안갈듯…"장관 또는 실무자 참석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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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되더라도 장관급이나 경우에 따라 실무자가 대신 참석하는 방안이 이미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뒷줄 왼쪽 둘째)과 김영남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첫째)이 2018년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단일팀 입장에 기립해 박수 치고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 부부는 나란히 기립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뒷줄 왼쪽 둘째)과 김영남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첫째)이 2018년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단일팀 입장에 기립해 박수 치고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 부부는 나란히 기립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당초 도쿄 올림픽을 남북, 북ㆍ미 관계를 비롯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로 여겨왔다. 그러나 북한이 올림픽에 불참할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러한 계획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여기에 일본이 올림픽 홍보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점도 문 대통령의 방일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특히 독도 표기와 관련해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여당의 대선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도 “외교 관계를 고려해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여권 인사들의 주장은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며 일본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일본 언론은 지난 9일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한ㆍ일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어려울 경우 김부겸 총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고 보도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일방적 바람이나 기대감을 반영한 기사로, 신빙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스가 요히시데 일본 총리가 도쿄, 오사카 등 4개 지역에 코로나 긴급사태를 다시 선포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히시데 일본 총리가 도쿄, 오사카 등 4개 지역에 코로나 긴급사태를 다시 선포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에 “11~13일 영국에서 개최되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올림픽에 참석하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한ㆍ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 마지막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도 2018년 2월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 불참 입장을 밝혔다가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이 방한을 결정하자 뒤늦게 방한 일정을 통보해왔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펜스 전 부통령과 함께 10여분 이상 늦게 참석하는 등 방한 내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한ㆍ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 북한의 ‘미소 외교’에 주의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추진하던 ‘남북 평화 기조’를 정면 비판했고, 문 대통령이 “주권의 문제이자 내정에 관한 문제를 총리께서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맞서며 한·일 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2018년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베 전 총리와 펜스 전 부통령은 리셉션에 10분 이상 늦게 도착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나며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베 전 총리와 펜스 전 부통령은 리셉션에 10분 이상 늦게 도착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나며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기간 영국, 호주, 유럽연합(EU)과 양자 회담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ㆍ일을 비롯해 한ㆍ미,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일정 등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특히 일본을 담당하는 외교부 아시아ㆍ태평양 국장이 이번 순방단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자 회담 현장에서도 양자 또는 3자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은 지속한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직후 오스트리아(13~15일)와 스페인(15~17일)을 방문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동행하지 않았던 김정숙 여사도 이번에는 전 일정에 참여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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