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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서울집값이 저렴"…5개월간 20% 뛴 의왕 '믿는 구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면적 84.98㎡(25층)가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 15억3000만원(3층)에서 한 달여 만에 1억원이 오른 것이다. 2019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해당 면적 분양가는 5억2800만~5억6800만원. 올 초까지만 해도 거래가 10억~12억원 선에서 이뤄졌다. 1년도 안 돼 가격이 5억원가량 껑충 뛴 것인데, 최근 호가는 17억3000만원에 이른다.

연도별 의왕시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연도별 의왕시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2%↑ 올해 부동산 시장 가장 '핫'한 의왕시

의왕시는 북쪽으로 과천시,동쪽에는 성남 판교신도시 등과 인접한 데다 30분 내 강남권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개발제한구역이 의왕시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형적인 이유로 인구가 많지 않은 도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주변 지역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왕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10.39%(경기 11.44%)였고, 2019년에는 0.12%(경기 -0.46%)였다. 그동안 경기도 평균 상승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올 초부터 갑자기 아파트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까지 5개월여간 의왕시 아파트값은 20.22%(부동산원 주간 상승률 누적 기준)나 뛰었다. 부동산원이 공표하는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5.80%, 경기도는 8.90% 상승했다.

2021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의왕시 아파트 최고가를 기록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인근 단지들도 가격 흐름이 비슷하다. 포일동 포일마을4단지 전용면적 84.50㎡(7층)는 지난 3월 27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보다 1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같은 기간 내손동 의왕내손e편한세상, 래미안에버하임 등도 84㎡형 역시 1억~1억5000만원의 가격 상승 폭을 나타냈다.

GTX 철길 따라 오르는 집값 

최근 철도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가격 상승의 주된 이유다. 특히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과 가까운 포일동·내손동 등 북의왕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정차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의왕시는 의왕역을, 안양시는 인덕원역 추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착공을 앞둔 것도 호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고, 규제가 이어지면서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며 "의왕의 경우 교통망 확충으로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가격 상승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중앙일보가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17년 상반기(1~6월)와 올해 상반기(1~6월 8일까지) 수도권 시군구별 85㎡ 미만 중소형 아파트의 최고가 거래내용을 분석한 결과 4년 전 의왕시 아파트 최고가는 5억9800만원으로 서울·경기· 인천 등 수도권 76개 시군구 가운데 37번째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순위가 17번째로 높아졌다. 아파트값 결정에는 교통, 학군, 생활시설 등 입지요건이 미치는 영향이 큰데, 한 지역 내 최고가로 거래되는 아파트는 최적의 입지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단지는 주변 아파트값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수요자들에게 의왕시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된 것이다.

15억 대출 금지선 넘은 광교·위례·광명·킨텍스 

올해 들어 경기 지역의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서 대출금지선인 15억원을 넘긴 거래가 잇달아 나왔다. 과천시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99㎡(24층)는 4월 30일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백현마을2단지 전용면적 84.50㎡(6층)는 지난 2월 19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의왕푸르지오엘센트로(16억3000만원)가 경기도에서 올해 세 번째로 높은 가격에 거래됐고, 광교신도시(16억2000만원), 위례신도시(15억8000만원), 광명(15억5500만원), 일산 킨텍스(15억4000만원) 등에서도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가 15억원을 넘겼다. 이 같은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요즘 서울 집값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주 수요층인 30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서울 외곽, 경기, 인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7월 실수요자 대출 규제가 완화되는 등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수요 억제책이 나올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고가 변동 폭 큰 수도권지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고가 변동 폭 큰 수도권지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통망 등 주거환경 개선되면 가격도 오른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2017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 4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일제히 급등했는데, 지역에 따라 오름폭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최고가로 순위를 매겨봤더니, 이 기간 수도권에서 순위가 가장 높게 뛴 곳은 의왕시(37→17위), 고양시 일산서구(46→29위), 평택시(66→55위), 고양시 일산동구(33→22위), 오산시(68→59위), 서울 동대문구(25→16위) 등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교통망 등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실수요자의 높은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최고가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최고가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은 공급 물량과 규제 등에 따라 85㎡ 이하 중소형 면적의 지역별 아파트 최고가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2017년 강남구(26억원)-서초구(23억6500만원)-송파구(16억4000만원)-용산구(13억7500만원)-마포구(11억5000만원)-양천구(11억1000만원)-성동구(10억9000만원) 순이었던 것이 올해는 서초구(38억5000만원)-강남구(35억원)-성동구(33억원)-송파구(28억1100만원)-용산구(25억원)-동작구(21억5000만원)-영등포구(20억25000만원) 등의 순으로 재편됐다. 성동구, 동작구, 동대문구 등은 신축 아파트 효과로 지역 내 아파트 최고가가 크게 뛰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재건축 규제 등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양천구, 강서구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저조했다. 새 아파트가 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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