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고열에 시달린다"|미 몬태나주립대학 환경문제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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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의 대상이 최근 4, 5년 사이 미국등 선진국에서 점차 바뀌고 있다.
이제까지 거론돼온 환경문제라면 유독성 공장폐기물·해안오염·가뭄·쓰레기처리·공기오염 등이었지만 최근 제기되고있는 문제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전 세계적인 기온상승, 성층권의 오존감소, 열대림 벌채 등 범세계적 문제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 같은 범세계적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늘고있다.
의회에 환경관계법이 잇따라 제출되고 언론에서도 환경전문기자들이 생겨 앞을 다투어 이 문제들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관심의 추진력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일반시민들의 자생적 조직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에 관한 민간단체들(보통 Non-Govermental Organization을 줄인 NGO로 호칭된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워싱턴만도 그 숫자가 2백개가 넘고 그중 전국적 규모의 단체가 10여개에 이른다.
이 같은 환경개선노력의 한 예가 될 수 있는 것이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미몬태나주립대학에서 열린 태평양지역의 환경문제 및 이에 관한 보도문제를 다룬 세미나다. 미상원원내총무와 주일대사를 오래 역임한 마이크 맨스필드씨가 세운 태평양문제센터주관으로 열린 회의에는 미국·한국·일본을 비롯해 필리핀·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으로부터 학자·언론인등 70여명이 참가했고·미정부·유엔에서도 업저버들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전국회외무위원장 봉두완 가톨릭북한선교위원회위원장, 국립환경연구원의 환경기상담당관 강인구 박사 등이 초청을 받았다.
이들이 제기하는 세계환경문제는 일반의 인식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우선 전세계기온이급격히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들어와서만 해도 혹서를 다섯 번 경험했고 이런 추세라면 20, 30년 안에 화씨 10∼12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됐다.
이런 더위와 가뭄 때문에 나무들이 병충해·산불 등의 피해를 더욱 쉽게 입게돼 수백만에이커 정도는 금방 감소될 것이며 가뭄으로 인한 식량감소위협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됐다.
뿐만 아니라 기온상승 때문에 북극 등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있어 바다수면이 1m50cm 정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바닷물이 높아지면 육지강물이 소금물에 섞이고 지대가 낮은 지역이나 도시는 우기의 범람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가공스런 결과를 초래하는 기온상승은 인류전체의 공동노력이 없는 한 계속 빠른 속도로 계속될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경고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가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즉 탄산가스를 줄이는 일이다. 이 탄산가스층은 마치 온실의 유리창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지구상의 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음으로써 기온을 상승시키고있기 때문이다.
87년 한해만도 전 세계 인류가 54억t의 탄산가스를 배출했고 이중 절반은 석탄·석유·천연가스등 화석연료에 의한 것으로 지적됐다.
나머지 20%의 탄산가스는 열대성 밀림의 채벌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에 농지를 일구기 위해 산불을 놓거나 재목생산을 위해 대규모 벌목과 삼림훼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2천7백만에이커가 영구회복 불능상태로 망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료·채벌 등에 의한 세계기상의 난조를 제자리로 올리려면 앞으로 40년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소수 개별국가의 노력이 아닌 전 세계적 합심노력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우선 화석연료 사용량을 50% 축소하고 아마존강 유역과 인도네시아 등 열대림의 채벌을 중지, 대규모 식목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겨야한다는 얘기들이다.
유엔의 환경프로그램에 관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인 네이 후툰박사는 『50년대에만 해도 인구 4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전 세계에 5개에 불과했지만 80년에는 16개, 2000년에는 28개로 늘어나는 등 인구증가에 따른 환경문제가심각하다』면서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작년 여론조사결과 실업문제 다음으로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어 문제해결의 전기는 마련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록히드 태양계관측소장으로 챌린저호 우주선을 탑승한바 있는 로렌 액튼박사는 대기권 밖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에 나타난 산소층은 종이장처럼 얇다고 지적, 지구환경보존을 위해 전세계국가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부유한 국가 간의 협력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보즈맨(몬태나주)=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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