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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록에 나오는 떡이 200종…떡 만들기, 문화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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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떡.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수리취떡.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예로부터 아이의 백일상엔 백설기를 올렸다.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대로 밝고 순진무구하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팥수수경단도 곁들였다. 귀신이 붉은색을 꺼린다는 속설에 따라 아이의 생에 있을 액(厄)을 미리 막는 의미다. 백일잔치가 끝나면 아이의 무병장수와 복을 바라며 되도록 많은 이웃과 떡을 나눠 먹었다.

전통 혼례에도 떡이 빠지지 않는다. 신랑이 신부 집에 함을 가지고 오면 그 함을 ‘봉치시루’에 올리는데, 이 때 봉치시루 안엔 붉은 팥시루떡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봉치떡(봉채떡)이라고 불리는 이 떡은 양가의 화합과 혼인을 축복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밖에 회갑상과 제례에 올리는 ‘고임떡’은 각각 생신을 축하하며 만수무강을 축원하고, 돌아가신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그 예를 다하는 의미다. 이 같은 일생의례(백일·돌·혼례·상장례·제례) 뿐 아니라 주요 절기 및 명절(설날·정월대보름·단오·추석)에도 떡은 빠지지 않는다.

고대로부터 한국인의 일생과 함께 해온 떡 만들기가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8일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를 포괄하는 ‘떡 만들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나눔과 배려’ ‘정을 주고받는 문화’의 상징이자 의례별로 사용되는 떡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무형적 자산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떡 만들기’가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마찬가지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다.

떡살.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떡살.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떡메로 떡을 찧는 모습.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떡메로 떡을 찧는 모습.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떡은 곡식가루를 시루에 안쳐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혹은 기름에 지져서 굽거나, 빚어서 찌는 음식. 청동기·철기 시대 유적에서도 시루가 발견되고 황해도 안악 3호분 벽화의 부엌에 시루가 그려진 점을 미루어 고대에도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에서 떡을 뜻하는 글자인 ‘병(餠)’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고려사』 『동국이상국집』 『목은집』 등 각종 문헌에서 떡을 만들어 먹은 내용이 나타난다. 조선 시대에는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조리가공법이 발전하면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해져 각종 의례에 떡의 사용이 보편화됐다. 특히 궁중과 반가(班家)를 중심으로 화려한 떡들이 등장했는데 『산가요록』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이 200종이 넘는다.

1월 정초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고, 추석 땐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을 조상의 차례상과 묘소에 올렸다. 송편은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달해 감자송편, 무송편, 모시잎송편 등이 있다. 지역별‧지리적 특성에 따른 산물을 재료로 활용한 떡도 많다. 감자와 옥수수의 생산이 많은 강원도엔 ‘감자시루떡’ ‘찰옥수수시루떡’ 등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제주도는 떡 재료로 팥·메밀·조 등을 재료로 활용한 ‘오메기떡’ ‘빙떡’ ‘차좁쌀떡’ 등이 전승되고 있다.

청태콩을 소로 넣어 송편을 빚는 모습(서애 류성룡 종가). [사진 문화재청]

청태콩을 소로 넣어 송편을 빚는 모습(서애 류성룡 종가). [사진 문화재청]

불천위 제사에 올린 완성된 편(충재 권벌 종가). [사진 문화재청]

불천위 제사에 올린 완성된 편(충재 권벌 종가). [사진 문화재청]

19세기 말 서양식 식문화 도입으로 인해 떡 만들기 문화도 일부 축소됐다. 또한 떡 방앗간의 증가로 떡 만들기가 분업화되고 떡의 생산과 소비 주체가 분리됐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다양한 떡이 지역별로 전승되고 있으며, 의례·세시음식으로 만들고 이웃과 나누는 문화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문화재청은 7월 7일까지 30일 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지정예고 기간에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 외에도 ‘케이(K) 무형유산 동행’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떡 만들기’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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