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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물품 돌려쓰기 "알뜰바람" |아동복·장난감·가구등… 절약에 큰보탬|자녀엔 근검습관·연대감 키우는테도 한몫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과소비 시대에 맞서는 알뜰 바람으로 젊은 주부들사이에 쓰고 난 헌 물품을 돌려 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주로 친구나 친척간에 행해져 오던 이 「돌려 쓰기」는 근래들어 이웃주민·직장동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현경씨(32·여·회사원·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한달전 같은 직장에 다니는 남성 동료로부터 장난감 불자동차를 물려 받았다. 뒤늦은 결혼으로 이제 9개월된 첫딸을 두고 있는 신씨는 아직 둘째 아이를 출산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못내린 상태.
그는『한 자녀만으로 그칠 경우 사용 기간이 짧은 장난감을 계속 사들이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도움을 청한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순희씨 (35·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최근 같은 아파트 단지안에 사는 이웃주민에게 헬스기구를 물려 주었다.
7세, 5세로 나이 어린 자녀들이 헬스 기구에 올라가 떨어지곤 하여 불안해 하던 그는 아파트 경비실에 적당한 임자를 찾아줄 것을 요청, 생면부지의 이웃에게 헬스기구률 물려줄 수 있었다.
이처럼 돌려 쓰기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가족 형태의 변화가 큰 원인이 되고있다.
일단 쓰고 난 물품은 가능한한 모두 물려 주고 필요할때 다시 물려 받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주부 이성원씨(34·서울 강동구 잠실 주공아파트)는 그 대표적 케이스. 첫 아이가 9세, 둘째 아이가 4세로 나이차가 클뿐 아니라 위가 딸, 아래가 아들로 성도 틀려 「가족만의 내리받이」를 하기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
그는 『5년씩 보관해둘 적당한 공간도 없고, 특히 옷 같은 것은 너무 유행에 뒤처지면 입기에도 곤란하므로 대학 동창들끼리 필요한 물품을 서로 돌려가며 쓰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생활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잦은 이사」도 돌려 쓰기률 활성화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서양화가 김점선씨(43·경기도 구리시)는 지금까지 결혼 생활에서 가구률 사본 경험이 전혀 없을 정도. 코너장이나 소파·식탁등 선배나 친구들이 집을 옮길 때마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을 불하해 주기때문. 그 자신도 이사할 경우 가옥 구조에 맞지 않는 가구들은 필요한 친구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돌려쓰기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돌려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것.
이성원씨는 『요즘 어린이 옷도 웬만한 것은 5만원이 넘을 정도』 라고 말하고 『어지간한 놀이옷은 물려받고 외출복 1∼2벌만 사주면 해결될 수 있으니 큰 이점』 이라고 말했다.
돌려쓰기의 또다른 장점은 교육적 효과.
중고 물물교환센터를 운영한바 있는 주부교실 중앙회 김조한 사무처장은『자녀들에게 근검하고 물건을 아껴 쓰는 습관을 길러 주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요즘처럼 소자녀 중심의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을때 돌려쓰기를 함으로써 다른 가정·자녀들과 같은 물건을 공유한 경험을 심어주어 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폈다.
김처장은 최근 서울 반포 주공아파트에서 있었던「마당세일」을 예로 들면서, 적당히 서로 돌려쓰기를 할 가정이 없을때는 주거지역 단위별로 주민들이 중심이 돼 헌 물품사고 팔기 같은 것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수 있다고 제안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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