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도… 교사도 '반전교조' 뭉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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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새로 들어설 초.중.고교에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초등학생 두 아이의 학부모인 P씨(44)는 1일 서울 서부교육청을 찾아갔다. 같은 아파트 단지 학부모 9명과 함께다. 모두 단지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는 자발적 모임인 '상암월드컵파크교육위' 회원이다. P씨는 "(교육청에)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일부 학부모가 전교조 소속 선생님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 2.

전남 삼호서중 정재학(53) 교사. 2005년 전교조를 고발하는 수필집 '집으로 가는 길'을 펴낸 그는 "요즘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때 혼자였는데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세 단체 소속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출범한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자유교원조합' '교육선진화운동본부' 등 우파 진영 교육단체다. 수시로 강연도 다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올해로 출범한 지 17년째를 맞았다. 초기엔 촌지 추방운동을 벌여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즘 상황이 바뀌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껏 교육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해졌다. 반면 학부모와 학생의 지지도는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속속 등장하는 '반(反)전교조'를 표방한 단체들도 전교조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전교조와 맞서는 단체들=지난달 26일 출범한 교육선진화운동본부. "교육경쟁력 제고를 통해 선진화를 주도하는 비정치적 교육운동을 펴겠다"고 내걸었다. 여기에 대표로 참여한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은 "출범 이후 주변에서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 단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이후 6개 이상의 단체가 새로 결성됐다. 이 중엔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노조 형태인 자유교원조합도 있다. 전통적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의 세력도 커지고 있다. 회원이 지난해 17만9000여 명에서 현재 18만3000여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기류가 있다. S고 신모 실장은 "전교조 선생님이라고 하면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거나 열심히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학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참여 있어야"=그러나 이들 단체가 전교조에 대등하게 맞서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평기 위원장 자신이 "조합원 증가세가 기대만큼은 아니다"며 "전교조가 싫지만 그렇다고 가입할 정도는 아닌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재학 교사는 "(이들 단체가) 현실적인 힘을 가지려면 더 많은 교사가 참여해야 하고 더 강한 사명의식과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서 있는 지점에 대해 고민할 것"=변화를 바라보는 전교조의 시각은 두 가지다. 교육단체 결성에 대해선 일단 냉소적이다. 전교조 고위 간부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순수하게 교육을 걱정해 결성한 단체가 아닌 정치세력"이라며 "세는 불어나겠지만 자생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전교조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과 긴밀하게 함께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우리가 서 있는 지점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해양대 김용일 교수는 "전교조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교육 현장에 기여하는 조직"이라며 "현재의 비판이나 비난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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