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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넘으니 G7…노골화하는 미중 대결, 文 이번엔?

중앙일보

입력

오는 11~13일 예정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첫 다자 간 대면 정상회의이자 대중 견제 기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기 위한 공동대응 방안이 핵심 의제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대중 압박' 똘똘 뭉치는 G7 #다시 시험대 오른 '전략적 모호성'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한국 #'G7+한국·호주·인도' D10 현실화하나 #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대체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심의 경제권 확대 계획인 '일대일로'에 민주주의를 앞세운 공동 전선으로 맞서겠다는 선전포고였다.

한국은 이번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는 G7 차원의 최대 현안인 대중 견제 구상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으로도 해석된다. 또 호주·인도 역시 초청장을 받았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상회의는 기존의 G7에 한국·호주·인도 등 3개국을 추가하는 구상인 ‘D10’(Democracy10·민주주의 10개국) 체제 가동의 사전 리허설 성격도 띤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한국으로선 지난 한·미 정상회의에 이어 다시 한번 외교적 시험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대중 견제’ 본선 참가한 文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스1]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 기조에 일부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원칙적인 수준의 언급이었지만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예민해하는 핵심 이슈인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다룬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미·중 사이의 무게중심을 미국 쪽으로 한 발자국 옮겼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공동성명 등에 대중 견제의 농도와 층위를 반영하는 과정에 양국 간 협상과 절충이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공동성명은 두 정상 간 협의를 바탕으로 도출되는 문안일 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 정부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G7 정상회의의 경우 대중 견제 측면에서 오히려 미국보다 더 적극적인 일본이 참여하고,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호주 역시 강도 높은 ‘중국 때리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이 대중 전선 동참을 둘러싼 '예선전'이었다면, G7 정상회의는 보다 노골적이고 농도 짙은 반중 색채를 드러내게 될 '본선'에 해당하는 셈이다.

G7 확장판 'D10' 시대 열리나

이번 정상회의에 한국·호주·인도 등 3개국이 초청됐다는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기존 G7 회원국 명단에 초청된 3개국을 더하면 지난해 5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대중 전선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며 언급한 D10이 된다. D10은 영국이 제안한 아이디어지만 최근엔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대중 압박을 위한 동맹 구축 방안의 일환으로 언급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 필요성을 수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G7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G7의 대중 견제 기조가 강해지며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G7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G7의 대중 견제 기조가 강해지며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그간 D10 협의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호응 의사를 밝혀 왔다.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방안에 대해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고, 당시 청와대 역시 “G7 참여국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이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고 반발한 상황에서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대중 전선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칫 전략적 모호성 폐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G7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이 역시 D10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꺾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G7 정상회의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이면서 동시에 중국 관리 등 예민한 이슈를 다루는 자리”라며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에 편승하는 전략보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내걸었던 기조인 ‘원칙지향적 외교’라는 스탠스를 일관되게 유지해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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