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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주식 압류되자, 체납세금 단번에 냈다···징수액 역대급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최근 서울의 병원장 A씨는 세금 10억원을 내지 않다가 서울시로부터 가상화폐를 압류당했다. 압류 시점에서 A씨가 소유한 가상화폐 가치는 125억원에 달했다. 서울시가 가상화폐 계좌를 압류하자 A씨는 체납 세금 중 5억8000만원을 즉시 납부했다. 그는 “나머지 체납액도 곧 내겠다”며 “가상화폐를 매각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로부터 가상화폐를 압류당한 676명 가운데 이렇게 세금을 자진납부한 사람이 118명이다.

서울시, 5월 285억 세금 추징 5년만 최대 실적

주식·수표로 재산을 숨긴 채 세금을 내지 않던 체납자들도 최근 서울시로부터 무더기로 세금을 징수당했다. 부동산 투자업자 B씨는 세금 2400만원은 내지 않으면서 주식을 92억원씩 굴리다가 최근 서울시로부터 주식을 압류당했다. 그동안 “여력이 없다”며 세금을 내지 않던 그는 곧바로 서울시에 찾아와 세금을 전액 납부했다. 사채업자 C씨도 서울시에 재산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숨겨놓은 현금 438억원을 은행에서 수표로 바꾸다가 적발되자 비로소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조사 줄었지만 코인·주식 계좌 다 털려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도 서울시가 지난달 285억원의 밀린 세금을 징수해 최근 5년간 최대 징수 실적을 기록했다. 체납자 대면 조사나 현장 조사는 어려워졌지만, 대신 가상화폐나 금융자산 압류에 집중을 한 게 주효했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같은 국면인 지난해 4월에 161억원을 징수했던 데 비하면 징수액이 77%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세금을 수년째 내지 않고 버티는 이들이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월 초 기준으로 누적된 체납액은 총 3조1234억원에 달한다. 그중 2조4000억원가량은 체납자에게 신고된 재산이 없어 징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약 6500억원이 실질적으로 징수 가능한 체납액으로 분류됐다. 서울시에서만 69만여명의 시민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세금 징수를 늘리기 위한 ‘특단 조치’를 준비중이다. 먼저 미술품, 도자기 등 부동산 이외 재산들을 적극적으로 압류하고 매각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술품 등은 압류를 해도 보관 방법 등의 문제로 감정가격이 잘 나오지 않아서 효율이 별로 없었다”며 “예술품 매각에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전문 매각기관을 선정해 활성화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술품, 차량, 부동산 적극 매각할 것"

압류한 부동산 1만5000건도 전수 조사를 통해 적극적인 매각에 나선다. 근저당 시효가 지났거나 등기 문제로 매각이 번거로운 부동산을 꼼꼼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고액체납자로부터 세무서가 압류한 뒤 오랫동안 방치해왔던 대치동 부동산 등을 매각해 세금을 거뒀다. 상습적으로 세금을 밀리는 체납의 차량도 코로나 사태로 잠시 압수를 미뤘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압수나 견인에 나선다.

FIU(금융정보분석원) 등과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체납자가 국내외로 1000만원 이상 송금한 내역을 포착하면 전방위로 자금 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가상화폐, 수표, 주식, 2금융권, 금 거래내역까지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실명법에 따라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는 친인척 계좌조회까지 가능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9억7000만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5년 넘게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어 징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용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반장은 “앞으로 금융재산추적팀을 신설하고 조사관 수도 확대해 세금 징수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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