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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비주사파의 씨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반미는 동두천 창녀가 낳은 검둥이 살붙이요, 집없는 이의 쾡한 눈빛이요, 찢어진 조국의 가슴팍입니다.』
『이제 주사파의 비현실적인 반미 조국통일 투쟁은 4천만 민중과 함께 하지 못하면 탄압의 빌미만 될뿐 혼란만 야기시킬 것임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서강대 메리흘 지붕 위를 측촉히 적시는 31일 오후.
향후 학생운동의 향방을 가늠할수 있는 총학생회장 선거 첫 유세는 민족해방(NL) 주사파와 민중 민주주의(PD) 비주사파 양측 후보의 사상 논쟁으로 초반전부터 난타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 양은 소 영웅 주의자도, 북한의 꼭두각시도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통일의 꼭두각시일뿐이죠.』
기호1번 주사파 최정봉 후보 (21· 정외3) 는 단정히 차려 입은 양복 깃을 곧 추세우며 웅변을 토해 냈다.
『동의대 사태이후 전대협이 비폭력을 선언하고 전경에게 꽃을 주었을때, 임양이 평양에서 축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때 4천만 민중은 파쇼의 탄압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기호 3번 PD계열 김용신 후보 (21· 화학3) 의 반격.
주사·비주사파간에 뜨거운 설전이 한창인 가운데 기존 총학의 비민주성을 들고 나온 비운동권 출신의 기호 2번 이동욱 후보 (30·물리3·부학생회장 후보) 의 「노변 정담식」유세는 청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지 못했다.
세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강당은 복도까지 늘어선 1천여 동료 학생들의 유례없는 환호로 더욱 달아 올랐다.
문목사·임양을 옹호하는 주사,전태길씨등 분신 노동자를 치켜 세우는 비주사.
87년 6월 항쟁이후 많은 국민으로부터 얻었던 「호응」이 이제 감가상각돼 학생 운동권이 표류하고 있는 것일까.
올가을 대학가 총학생 회장선거의 첫 스타트를 끊은 서강대 유세는 대학 운동권의 향후 진통을 예고해 주는 현장이었다.

<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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