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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조 세계정상권 "일취월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체조가 세계 정상권 수준으로 급성장,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7년 세계 선수권 대회 이후 국제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던 북한체조는 2년여만인 89세계 선수권대회(10월19∼23일·서독 슈투트가르트) 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세계 체조계를 놀라게 했다.
87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여자단체 19위 (한국은 10위)에 머물렀던 북한은 그간 엄청나게 기량이 상승,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단체종합 7위 (한국은 17위)에 랭크된 것을 비롯, 상위 36명이 겨루는 결선에도 3명이 모두 진출해 최경희 (개인 종합 10위) 김광숙 (14위) 등이 빼어난 연기를 펼쳤다.
한국은 남자부에서 주영삼 (주영삼·수원시청) 만이 결선에 진출해 25위를 했을뿐 여자는 간판인 박지숙 (박지숙·71위·전북체고)과 김은미 (김은미·76위·서울체고)등도 최하위권으로 처지는등 1명도 결선에 나가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북한체조의 단체 7위는 대부분 서양인으로 구성된 심판이 아시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계 정상권 수준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경기를 지켜본 한국 임원들은 『북한 선수들의 탄탄한 기본기와 탄력있는 동작,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난도의 기술 등은 세계 정상급임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앙증맞은 연기로 현지 언론으로부터 「꼬마요정」이란 애칭을 들은 신인 김광숙 (15) 은 평행봉에서 남자선수도 하기 어려운 공중 제비돌기 동작을 마음대로 구사하는등 완벽한 연기로 당시 슈투트가르트시의 술레이어홀을 가득 메운 1만여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은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부족으로 관중들의 탄성에 연기 도중 잠시 흔들려 아깝게도 9·612의 점수를 받았으나 당시 외신은 『관중들이 김에게 준 점수에 야유를 보냈다. 관중들은 동양의 꼬마요정과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김의 연기는 빼어났다.
체조 협회 정봉순 (정봉순)이사는 『평행봉은 김이 세계 최고』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대표팀 이향림(이향림)코치는 『북한팀 수준은 소련·중국등 체조 선진국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말하고 『다만 경험 부족과 의상등 세련미에서 좀 떨어질뿐 연기 구성은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체조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중국·동구권등 체조 강국과의 잦은 교환 경기 및 전지 훈련이 큰 힘이 된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 코치가 『평양에 남아있는 선수중엔 대표 선수 못지 않은 우수선수가 많다』고 자신할 만큼, 북한의 체조저변이 확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체조는 『한번 대표에 발탁되면 은퇴까지 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선수층이 엷고 따라서 유망 신인의 등장이 어렵다.
이번 세계 대회의 특징도 각국이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뛰어난 신인을 대거 내보낸 점.
남녀 개인 종합을 석권한 소련의 코로브친스키(19)와 보긴스카야 (16)를 비롯, 남자 평행봉과 철봉 우승자인 중국의 리징 (19) 리춘양(20), 뜀틀 우승자인 소련의 두드닉등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보긴스가야는 체조 선수는 작은 체구가 유리하다는 전례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회 최장신(1m 64cm·47kg)의 늘씬한 몸에서 벨리댄스까지 구사하는 독특하고 여싱다운 안무등으로 이번 대회 「프리마 돈나」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한편 한국 체조는 엷은 선수층 못지 않게 해외 정보에도 어두워 이번 대회의 경우 규정 종목의 연기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출전하는 등 문제의 뿌리가 깊고 심각한 실정이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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