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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합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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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작곡과 교수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작곡과 교수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 6월이 왔다. 이제 음악회장은 거리두기 하에 활기를 되찾아 나름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공연은 (사)휠체어합창단의 ‘세계음악여행’(사진)이다. 휠체어를 탄 100여명이 6월 16일 롯데 콘서트홀에서 노래를 한다. 2016년 세계 최초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그간 정기 공연과 함께 평창 패럴림픽,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의 연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공연을 펼쳤고, 2017년 카네기홀에서 열린 세계성가합창대회에 초청되어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 바 있다. 현재 이 합창단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활동하는 정상일 지휘자(세한대 교수)가 이끌고 있다.

전석 초대로 열리는 이번 제6회 정기연주회에서는 휠체어합창단이 그동안 방문했던 독일·호주·체코·스위스 등의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며, 서울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려 이 합창단의 그간 공연 영상을 찾아 들어보았다. 독도를 방문해서 부른 아리랑, 연습실에서 부르는 ‘나를 일으켜 주는 당신’(You raise me up)의 선율, 카네기홀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장면들을 보면서 점차 마음에서 작은 감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음악에서 또 다른 차원의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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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상일은 한 인터뷰에서, 휠체어합창단이 단순히 장애인들의 모임이라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는 단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모든 단원들이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것을 삶의 제1순위로 삼고 있기에 현재의 성공이 가능했다는 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자유롭게 걷고 뛰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홀로 자신의 삶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이들이, 합창으로 함께 소통하면서 삶을 지탱해주는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노래는 이들만의 노래로 끝나지 않는다. 해맑은 얼굴로 합창하는 모습과 그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이 따뜻한 마음과 생동감을 청중에게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휠체어 합창단의 노래가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음악이 우리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답답한 현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음악은 해방이다. 음악은 그를 고독, 한적, 책 먼지에서 해방시켜 준다. 음악은 그의 육체의 문들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그의 영혼은 세상으로 나가 친교를 맺을 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이 느끼는 것처럼,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 싱그러운 초여름, 휠체어합창단이 부르는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와 스티븐 포스터의 ‘스와니 강’을 들으면서 밝은 기운을 느껴봐야겠다.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작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