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 열대야 … 잠 못 드는 밤 "집 밖으로" 이색 피서

한낮 찜통더위가 열대야로 이어져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엄마 아빠 손잡고 공원으로 나온 아이들이 옷을 입은 채 분수대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은 더위도 즐겁다. 평촌 중앙공원=김상선 기자

서울 충암중 체육교사인 안길전(46)씨는 지난달 31일 가족과 학교 축구반 학생 3명 등 6명과 함께 한강변의 난지도 캠핑장을 찾았다. 안씨 일행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하룻밤을 보내는 데 든 비용은 10인용 텐트 대여비 5만원과 숯불구이용 그릴 대여비 1만2000원 등 총 6만2000원. 안씨는 "새벽에는 추울 정도였다. 모기도 없었다"며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대구 팔공산 중턱 해발 480m 높이에 자리 잡은 사찰 동화사의 야영장은 요즘 열대야를 피하려는 피서객들로 문전성시다. 텐트 자리 110개 대부분이 임자를 만났다. 공원관리사무소 김종협 소장은 "동화사 야영장은 도심보다 기온이 5도쯤 낮아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15일 이상 장기간 머무르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말했다.

아침 최저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여름밤을 나는 풍속도가 다채롭다. 각 지자체도 장마 후 열대야에 맞춰 그동안 준비해 뒀던 여름 나기 프로그램들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기상청은 열대야 현상이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저렴한 문화 프로그램=지난달 29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야외음악당에서 토요시네마 행사를 열었다. 오후 8시30분부터 상영한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3'. 공원 측은 좌석을 270개 준비했지만 600명 넘는 사람이 몰려 돗자리를 펴고 영화를 감상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한강시민공원.서울숲 등 가까운 공원 곳곳에서는 이번주 중 일제히 무료 영화 상영회가 시작된다. 보라매공원.용마폭포공원.중랑천 둔치.고척공원 등 서울 시내 12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좋은 영화 감상회'에서는 '킹콩' '웰컴 투 동막골' 등 13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홈페이지(www.seoulgoodmovie.com)를 통해 일정.상영작을 알 수 있다.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2006 통기타와 영화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인 열대야 프로그램이 5일부터 열린다. 한국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등 12개국 18편의 국제영화제 수상작은 물론 해바라기.장은하 등 통기타 가수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세종문화회관(www.sejongpac.or.kr).서울문화재단(www.sfac.or.kr) 등의 문화 프로그램 중에도 청소년음악회 등 실속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 할인점.극장에서도 여름밤 피서=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늦게 할인점 등을 찾는 시민도 늘고 있다. 2일 가족과 함께 GS마트 송파점을 찾은 진소연(37.주부)씨는 "요즘에는 주로 밤에 할인점을 찾는다. 낮시간보다 고객들이 적어 쇼핑에 여유가 있는 데다 짜증스러운 밤 더위를 피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롯데마트.GS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은 '열대야 손님'을 노려 폐장시간을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1시로 연장했다. 롯데마트 이순주 과장은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피크 시간이 오후 3~7시에서 오후 5시 이후로 옮겨 갔다. 특히 오후 9시 이후 오는 쇼핑객이 평소보다 20~30% 늘었다"고 말했다. 심야영화관도 열대야에 지친 도시민들에게는 단골 피난처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경우 자정을 넘겨 시작하는 영화가 평일에도 20편이 넘는다.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난 것이다.

◆ 열대야 지역 확대=기상청은 2일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하게 버티고 있어 쉽게 더위가 식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주 후반께에는 중부지방까지 열대야 현상이 확대되겠다"고 예보했다.

송의호.장대석.신준봉 기자<yeeho@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건강퀴즈]열대야,면역력 약한 환자는 방안 ○○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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