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세요" 외친 女부사관…공군, 블박 확보하고도 뭉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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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중사가 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공.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중사가 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공.

여성 부사관이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의 초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가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군(軍) 등에 따르면 군사경찰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지난 3월 성추행 사건 당시 가해자 A중사와 피해자 B중사의 음성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파일은 피해자 측에서 직접 군사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블랙박스에는 ‘하지 말아 달라, 앞으로 저를 어떻게 보려고 이러느냐’는 등 B중사의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에 따르면 B중사 측 변호인은 “피해 신고 이후 해당 부대 군사경찰은 곧바로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당시 군사경찰이 이런 증거를 확보하고도 A중사를 불구속으로 수사한 것에 대해 ‘부실’ 지적이 제기된다. 유족 측은 즉각적인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 등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 또한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B중사는 최초 피해자 조사에서 A중사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공군은 피해자 진술이 있고 열흘 뒤 첫 가해자 조사를 진행했고, 당시 A중사는 일부 혐의만 시인한 채 다른 피해자 측 주장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A중사가 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A중사가 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공군은 또한 사건 초기 A중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도 않는 등 부실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B중사는 자발적으로 부대를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지난달 22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사의 휴대전화는 B중사가 숨진 이후 지난달 31일에서야 확보됐다.

특히 공군은 B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후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서 사건을 단순 변사(變死)로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B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사실,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점 등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수사 주체를 공군에서 국방부로 이관했고, 군 검찰단은 이날 A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A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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