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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전부인에 신장 떼주고 셋이 여행···희한한 이들의 관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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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데비 닐스트릭랜드(56·왼쪽)이 최근 남편 짐 머스(가운데)의 전 부인 밀레인 머스(59)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데비 닐스트릭랜드(56·왼쪽)이 최근 남편 짐 머스(가운데)의 전 부인 밀레인 머스(59)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한 50대 여성이 이혼한 남편의 전 부인에게 신장을 내어줬다. 결혼식 이틀만이었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오칼라에 거주하는 데비 닐스트릭랜드(56)이 최근 남편 짐 머스의 전 부인 밀레인 머스(59)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내어줬다고 보도했다.

밀레인은 오랜 기간 신장병으로 투병해왔는데, 지난해 11월 병원 입원 당시엔 신장 기능의 8%밖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친오빠의 신장을 받으려고 했지만,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이마저도 어려웠다.

이때 뜻밖의 기증자가 나타났다. 바로 전남편의 애인 닐스트릭랜드가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내어주겠다고 나선 것. 밀레인과 짐은 20년 전 이혼했는데, 그간 슬하의 두 자녀를 돌보며 두 사람이 좋은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밀레인은 전 남편의 애인 닐스트릭랜드와도 가족모임에서 만난 뒤 스스럼없이 지내며 우정을 쌓아왔다.

닐스트릭랜드는 "누군가에게 장기 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살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장기기증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도 희귀질환을 앓던 가족에게 폐 한쪽을 내어주려 했지만, 검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이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닐스트릭랜드와 밀레인의 신장 기증·공여 표식을 함께 만들었다. AP=연합뉴스

닐스트릭랜드와 밀레인의 신장 기증·공여 표식을 함께 만들었다. AP=연합뉴스

이식 수술 날짜는 짐과 닐스트릭랜드의 결혼식 이틀 뒤로 잡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병원이 검사절차를 미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수술 후 회복하자마자 곧바로 상대방을 찾았다고 한다. 결국 남편 짐이 새신부를 휠체어에 태워 전 부인의 병상으로 데려다줬다.

닐스트릭랜드는 "마스크를 쓴 채로 우리는 함께 울었다"며 "봉합한 상처 때문에 배가 아팠지만, 그래도 우린 웃고 또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후 밀레인의 눈 밑에 있던 다크써클이 사라지는 등 활기를 찾아 기뻤다고 덧붙였다.

신장 이식 후 건강한 삶을 찾게 된 밀레인은 "닐스트릭랜드가 내 생명을 구했다"며 '가족'으로서 함께 더 결속할 것이라고 했다.

전 부인과 현 부인 이상한(?) 관계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신장 자매'라 부른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손자들을 함께 돌보기로 했다. 또 올여름에는 셋이 다 함께 가족 여행도 가기로 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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