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사람들의 '미아 신고'로 졸지에 엄마 잃은 어린 동물들

중앙일보

입력 2021.06.02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3)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야생동물은 자연 속에서 나름대로 삶의 방식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생명체이기에 생로병사의 길은 피할 수 없지만, 인간의 간섭은 그들의 삶을 방해하고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인간의 삶을 위한 개발은 동물의 서식지를 축소하고 이동통로를 가로막는다. 포획을 위한 총기나 밀렵 도구의 사용은 동물에 치명적이다. 농약 등 화학물질의 사용은 중독이나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어려움에 처한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구조하고 치료하며 관리할 조직이 필요해짐에 따라 2004년부터 환경부와 학계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이하 ‘야생동물센터’라 함)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야생동물센터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4에 따라 환경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설치 운영하게 되어 있다.

몰지각한 사냥꾼에 의해 총상을 입어 구조된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 천연기념물324-2호 수리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몰지각한 사냥꾼에 의해 총상을 입어 구조된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 천연기념물324-2호 수리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2006년 5월 경상북도야생동물센터가 경상북도 주관으로 경상북도산림자원개발원에 첫 번째로 설치되었다. 9월에는 강원도야생동물센터가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수탁운영으로 설치되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운영 또는 수의과대학의 수탁 운영 형태로 대구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11개 시도에 야생동물센터가 들어섰다(표1 참조).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도북부야생동물센터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야생동물센터는 ‘야생동물의 질병연구와 조난 또는 부상당한 야생동물의 구조·치료’가 업무의 근간이 된다. 2020년 현재 전국의 15개 야생동물센터에 구조·이송된 야생동물은 1만6643마리다. 조류가 1만1649마리로 70%를 차지하고 포유류가 4572마리로 27.5%, 나머지는 파충류·양서류 순이다. 조류 중에는 흰뺨검둥오리·비둘기·까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황조롱이·수리부엉이·솔부엉이·독수리·말똥가리·참매·새매 등 맹금류가 20%를 웃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가 28마리나 구조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포유류는 고라니가 2308마리로 50%를 넘고 너구리가 1231마리로 27%를 차지하고 박쥐·족제비·노루·오소리 등이 뒤를 잇는다.

구조 원인으로는 어린 동물이 길을 잃거나 어미가 돌보지 않는 것으로 표현되는 미아가 가장 많아 4586마리로 28%를 차지한다. 새끼가 많이 태어나는 5~7월에 집중된다. 그러나 이 부분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새끼를 둥지나 은신처에 그대로 두고 떠나게 된다. 이때 지나가던 사람이 새끼를 발견하면 어미가 돌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야생동물센터로 이송할 때가 많다. 조류 중에는 흰뺨검둥오리·황조롱이, 포유류 중에는 고라니가 많다. 어린 동물을 발견하면 멀리서 4~5시간 관찰을 하고 어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만 야생동물센터로 신고하는 것이 옳다.

비행 중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안구가 손상된 천연기념물 324-3호 솔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비행 중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안구가 손상된 천연기념물 324-3호 솔부엉이.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다음으로는 충돌사고가 3534마리로 21%를 차지하는데, 조류가 대부분이다.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히는 사고다. 투명한 창에 비치는 나무나 주변 환경을 자연상태로 인식하고 그대로 날아가다 충돌하게 된다. 조류는 비행속도가 빨라 충돌 시 충격이 커 부리를 다치거나 골절상을 입기도 하고 안구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 방음벽에 일정한 문양과 무늬를 넣는 버드세이버 작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충돌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교통사고는 1919마리로 12%에 이른다. 이동을 위해 도로를 횡단하다 운행 중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다. 대부분 중상으로 이어지고 구조 중 사망하거나 재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고라니의 수가 월등하다. 다음으로 질병감염이 890마리인데 너구리의 외부기생충 감염이 많다. 먹지 못해 탈진상태로 구조되는 동물은 812마리다.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나 창애에 걸려 이송되는 경우도 192마리나 되었다.

올무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노랑목도리담비.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올무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노랑목도리담비.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구조가 요구되는 야생동물이 발견되는 지점을 살펴보면 건물주변이 8238마리(49.5%), 도로변 2729마리(16.4%), 도로 1183마리(7.1%), 주택가 1020마리(6.1%)로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이라 동물을 쉽게 발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구조물이 동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야생동물센터에 구조된 동물의 최종목표는 치료와 재활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부상의 정도가 심하고 회복이 되더라도 재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2020년도 구조된 동물 중 치료와 재활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간 개체는 6043마리로 전체의 36.3%다. 야생동물센터로 이송 중이나 치료 중에 사망하는 개체는 6783마리로 40.8%나 된다. 야생동물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야생동물센터의 설치와 운영비용은 환경부와 시·도가 일정 비율로 나누어 부담한다. 거의 모든 수의과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기술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강점이 된다. 2009년에는 한국야생동물센터협의회를 발족해 교류를 활성화하고 업무협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독특한 운영방식은 야생동물의 구조·치료·관리업무를 단기간에 정착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해외의 구조센터 대부분은 자격이 있는 개인 또는 단체가 기부금이나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운영한다. 때문에 외국의 구조단체 담당자들은 한국의 운영방식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야생동물센터가 설치 운영된 지 15년이 지났다. 획기적으로 도약할 시점에 와있다. 질병의 진단 치료의 첨단기술 확보, 야생동물의 보호와 복원 기능 강화,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기능 향상 등을 우선으로 꼽을 수 있다. 전담인력의 지속적인 전문성 확보가 우선이다. 야생동물센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정한 부분이다. 환경부와 시·도, 운영기관이 새로운 협력과 지원체계를 강구해야 할 이유가 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