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북극곰 개체수 3만 마리…국내 동물원엔 왜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0)

북극곰(Polar bear, Ursus maritimus)은 곰과에 속하는 8개종 중 가장 크며, 지상의 식육목 동물 중에서도 가장 크다. 북극해를 포함하는 북극지역의 바다와 육지에 분포하기에 북극곰이라 부르고 모색이 하얗기 때문에 ‘백곰’이라고도 한다. 주로 바다의 얼음 위에서 생활하기에 해양포유류로 분류하며 학명도 ‘바다의 곰(maritime bear)’에서 유래했다.

북극곰 수컷은 체중이 350~700㎏, 몸길이는 2.4~3m에 이르고 암컷은 150~300㎏의 몸무게에 몸길이는 1.8~2.4m로 수컷의 절반 정도다. 어깨까지 높이는 1.2~1.6m이며 꼬리는 10cm 정도로 짧다. 수컷의 몸무게 최고 기록은 1960년 알래스카지역에서 포획된 개체로 1002㎏에 달했다.

발은 30cm 정도로 매우 커 수영할 때 추진력을 얻게 하고 눈이나 얇은 얼음 위를 걸을 때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짧고 두터우며 구부러진 발톱은 무거운 먹이를 잡아채고 얼음을 파헤치기에 편리한 구조다. 발바닥에는 작고 부드러운 돌기가 나와 있고 발톱과 발 볼록살 이외의 부분은 털로 덮여있어 눈과 얼음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오른쪽 앞발이 왼쪽보다 부상을 많이 입기 때문에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북극곰은 곰과에 속하는 8개종 중 가장 크며, 지상의 식육목 동물 중에서도 가장 크다. [사진 pixabay]

북극곰은 곰과에 속하는 8개종 중 가장 크며, 지상의 식육목 동물 중에서도 가장 크다. [사진 pixabay]

북극곰은 10㎝ 두께의 피하지방과 이중구조의 피모로 외부와는 거의 완벽하게 절연되어 있어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다. 피모는 부드럽고 조밀한 밑털과 두터우며 긴 바깥 털로 구성된다. 5~15㎝ 길이의 바깥 털은 흰색으로 보이지만 투명하며 털 내부에는 비어있는 공기층이 있다. 태양에서 빛을 받으면 털 내부의 공기층은 광섬유처럼 전반사 또는 산란을 통해 열을 피부로 전달한다. 피부는 검정색으로 열의 흡수를 용이하게 한다. 수컷의 앞다리에는 긴 털이 수북한데 이는 암컷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 유용한 것으로 여겨져 수컷 사자의 갈기와 비슷한 역할로 보인다.

북극곰은 감각기관 중에서 후각이 유별나게 발달되어 있다. 1㎞ 떨어진 곳에서 눈 속 1m에 숨어있는 바다표범을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자료에 의하면 20㎞ 거리에 있는 먹이의 냄새를 감지하고 800m 떨어진 바다표범의 얼음 숨구멍 냄새를 알아낸다 하나 신빙성이 떨어져 보인다. 청각은 사람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를 들을 수 있으며 시력은 비슷한 정도이다.

운동 능력 중에서 수영 실력은 몇 날을 계속할 정도로 탁월하다. 기록에 의하면 북극곰 암컷이 해안에서 출발해 9일 동안 계속 수영을 하여 700㎞ 떨어진 베링해의 얼음판에 도달했고, 이후 1800㎞를 더 수영하며 다녔다고 한다. 두툼한 피하의 지방층이 부력을 제공하고 큰 앞발이 추진력을 더해주어 시속 10㎞로 헤엄쳐 나갈 수 있다. 육상에서는 보통 시속 5~6㎞로 천천히 걸으나 달릴 때는 40㎞까지 높일 수 있다.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자이언트팬더 이외의 곰은 잡식성이지만 북극곰은 육식성으로 사냥의 대상은 주로 고리무늬바다표범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냥방법은 뛰어난 후각을 활용해 얼음판에서 바다표범의 숨구멍을 찾아 조용히 웅크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리다 숨을 쉬려 머리를 내밀면 순간적으로 앞발로 낚아채 얼음판으로 끌어내 머리를 물어 죽인다. 또 다른 사냥방법은 쉬려 얼음판 위로 나온 바다표범을 습격하거나 번식을 위해 눈 속에 둥지를 만든 암컷 바다표범을 잡아먹기도 한다. 얼음이 녹아 바다표범 사냥이 어려워지면 다른 해양동물이나 육상동물을 사냥하거나 사체와 열매를 먹기도 하고 몇 달씩 굶기도 한다.

짝짓기는 바다표범이 사냥지역에 최대로 모여있을 때인 4~5월에 바다의 얼음 위에서 행해진다. 수컷은 암컷을 찾으려 100㎞ 이상을 다니며 다른 수컷을 만나면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부다처의 형태이지만 최근 유전자검사 결과로는 동복새끼 중에 부계가 다른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짝짓기 후 임신한 암컷은 수정란 상태로 9~10월까지 지낸다. 그간의 4~5개월 동안 많은 양의 먹이를 섭취해 체중을 2배 이상 불려 지방을 축적한다.

이후 암컷은 해안으로부터 5~8㎞ 정도 떨어진 육상에 굴을 만들고 동면과 비슷한 상태로 들어간다. 이때부터 수정란은 착상이 되고 자라기 시작한다. 1~2월에 보통 2마리의 새끼를 낳고 몸무게는 600g 정도로 작다. 3월 중순~4월 중순까지 새끼에게 영양이 풍부한 젖을 먹인다. 새끼가 10~15㎏ 정도 될 때 어미는 새끼와 함께 굴에서 나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어미는 다시 사냥을 나설 때까지 6개월 이상 굶는 상태가 이어진다. 새끼는 생후 24~30개월이 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암컷은 4~5년, 수컷은 6년이 되면 번식에 참여할 수 있다. 번식의 절정기는 15년이고 20년이 되면 능력이 감퇴한다. 평균수명은 25년이며 최대수명은 야생에서 32년, 동물원에서는 45년이 기록이다.

북극곰은 멸종위기에 취약한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에 2만~3만1000마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pixabay]

북극곰은 멸종위기에 취약한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에 2만~3만1000마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pixabay]

북극곰은 1970년대 초까지 포획과 상업적 거래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추세였다. 이후 1973년 서식지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노르웨이·러시아·미국·캐나다 등 5개국이 ‘북극곰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을 맺었으며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도 보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개체수의 감소는 주춤한 상태다.

북극곰의 멸종위기 원인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심각해 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현재 상황으로 진행된다면 2100년에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상실로 기아와 영양장애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북극곰의 생활터전인 바다의 얼음판이 얇아지고 없어지면 먹이인 바다표범의 사냥이 어려워진다. 사냥을 위해 더 멀리 나가려면 체력의 소모가 그만큼 많아진다. 사실 북극곰의 장거리 수영기록은 먹이를 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인 셈이다. 새끼를 낳기 위한 안락한 굴도 만들기 어려워져 번식률이 떨어진다. 부적합한 환경에서 자란 새끼는 사망률이 높아진다.

북극곰은 IUCN에서 멸종위기에 취약한 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 2만~3만1000마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10월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던 마지막 남은 개체가 노령으로 숨져 더 이상 볼 수 없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