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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000마리 마구잡이 포획…한국 표범 씨 말린 일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2)

매화꽃 무늬의 화려한 피모를 가진 표범은 고양이과 표범 속에 포함되며 보통 8개 아종으로 분류한다.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가장 넓은 분포영역을 가지고 있다. 사하라 남부의 아프리카 전역, 서부와 중앙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러시아 남동부,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사바나 정글 사막 습지 관목림 맹그로브 산악 추운 지역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생활한다.

표범은 근육질에 머리가 크며 다리는 짧은 편이고 꼬리는 길며 수컷이 암컷보다 체구가 훨씬 크다. 몸체의 길이는 90~195cm, 꼬리가 65~100cm이며 어깨까지의 높이는 55~75cm이다. 체중은 수컷이 37~90kg, 암컷이 28~60kg이다. 순간 최고시속 60km로 달릴 수 있고 6m 넓이를 한걸음에 뛰며 3m 높이를 도약할 수 있다.

화려한 피모를 가진 표범은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가장 넓은 분포영역을 가지고 있다. 머리가 크며 다리는 짧은 편이고 꼬리가 길다. 순간 최고시속 60km로 달릴 수 있다. [사진 pxhere]

화려한 피모를 가진 표범은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가장 넓은 분포영역을 가지고 있다. 머리가 크며 다리는 짧은 편이고 꼬리가 길다. 순간 최고시속 60km로 달릴 수 있다. [사진 pxhere]

단독생활을 하고 자신의 영역을 엄격하게 유지한다. 영역은 소변으로 표시하고 같은 성별의 다른 개체는 자신의 영역에 침범을 못 하게 한다. 수컷의 영역은 암컷 3~4마리의 영역과 겹쳐있는 경우가 많다. 짝짓기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체 간 싸움은 잦지 않으나 영역을 침범할 때와 먹이를 앞에 두고는 싸움이 치열해 심한 부상을 입기도 한다.

야행성으로 해 질 녘부터 새벽까지 활동하면서 사냥과 이동을 하고 낮에는 나뭇가지 바위 덤불에서 휴식을 취한다. 사냥감의 포착은 후각보다 청각과 시력을 활용한다. 먹이로는 10~40kg 정도 크기의 동물을 선호하며 임팔라·가젤·사슴·산양·멧돼지·토끼·원숭이·여우· 자칼 등 다양하다. 사자·호랑이 등 상위 포식자가 없는 지역에서는 100kg이 넘는 큰 동물도 사냥한다. 먹이를 숨기기 위해 나무 위에 끌어 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550kg의 기린과 900kg의 일런드를 사냥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사냥할 때는 최대한 목표물에 접근하여 일시에 공격한다. 때로는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며 덮치기도 한다. 작은 동물은 목뼈를 한방에 부러뜨리고 큰 동물은 숨통을 끊는다. 어린 사냥감은 바로 먹어 치우지만 큰 사체는 입에 물고 와서 나무 위로 끌어올리거나 굴속에 두며 며칠간 먹는다. 사체를 물어 끌고 나무에 올릴 때는 큰 두개골에 강력한 턱 근육이 바탕이 된다. 125kg의 어린 기린을 물고 5.7m 높이의 나무에 끌어올리는 것이 목격된 바 있다. 표범은 매일 3~4kg의 고기를 먹어야 한다. 물은 2~3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표범이 살아가는 곳 대부분은 호랑이·사자·하이에나·아프리카들개·늑대·곰 등과 대립된다. 이들은 사냥한 먹이를 뺏어가거나 새끼를 잡아먹기도 하고 어미까지도 위협할 때가 많다. 다양한 크기의 사냥감이 충분히 있다면 이들과 공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네팔의 치트완국립공원과 인도의 나가홀국립공원에서는 호랑이는 큰 동물을, 표범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여 충돌을 피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 호랑이가 많은 지역에서는 표범이 상주하지 않는다.

표범은 사냥할 때 최대한 목표물에 접근해 일시에 공격한다.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며 덮치기도 한다. 매일 3~4kg의 고기를 먹어야 하며 물은 2~3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사진 pixabay]

표범은 사냥할 때 최대한 목표물에 접근해 일시에 공격한다.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며 덮치기도 한다. 매일 3~4kg의 고기를 먹어야 하며 물은 2~3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사진 pixabay]

짝짓기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달라 아프리카와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은 연중이고 러시아 남동부와 아시아 동북부지역은 1~2월이다. 90~105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2~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의 체중은 500~600g이고 5~10일 후에 눈을 뜬다. 3개월에 젖을 떼고 어미로부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1년 후 에는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생기고 18~24개월에 어미 곁을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3년이 되면 번식에 참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독생활을 하지만 짝짓기 후에 수컷이 남아 암컷과 같이 있기도 하고 새끼 기르는 데도 함께하는 것이 보고된 적이 있다. 수명은 12~17년이고 최대 24년의 기록이 있다.

표범의 8개 아종 중 아프리카 표범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아종은 멸종위기다. 특히 한반도에 살았던 표범인 아무르표범(Amur leopard)은 심각한 멸종위기로 야생에서 80마리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표범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밀렵 때문이다. 원래 서식지의 75%가 없어진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아무르표범은 냉전 시기에 구소련의 대규모 벌목으로 서식지가 거의 없어져 직격탄을 맞았다.

모피를 얻기 위해서나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불법포획이 최근까지 계속됐다. 강대국의 식민지 시대에 더욱 극성이었다. 1960년대는 연간 5만 마리분의 모피가 거래되기도 했다. 한 마리의 모피 가격이 500~1000달러에 이르니 포획에서 손 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에서는 매년 200마리 정도의 불법거래가 이루어졌다는 보고서도 있다. 원주민들은 생업으로 기르고 있는 가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수십 마리씩 포획하기도 했다.

한반도에 살았던 아무르표범은 심각한 멸종위기로 야생에서 80마리 정도만 남아있다.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밀렵 때문에 원래 서식지의 75%가 사라졌다. [사진 pixabay]

한반도에 살았던 아무르표범은 심각한 멸종위기로 야생에서 80마리 정도만 남아있다.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밀렵 때문에 원래 서식지의 75%가 사라졌다. [사진 pixabay]

한국에서는 1970년 3월 경남 합천에서 포획된 개체가 마지막으로 야생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조선시대에 표범 가죽이 왕실에 진상됐다거나 명나라에 일정 양의 가죽을 매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는 표범이 오래전부터 많이 서식했다는 증거가 된다. 한국에서 표범이 사라진 과정은 독특하다. 일제강점기에 사람에 해가 되는 동물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호랑이와 표범 등을 해로운 동물로 규정해 이를 마구잡이로 포획하는 ‘해수구제’ 사업을 벌였다. 1915년~1916년에 136마리, 1919년~1924년 385마리, 1933년~1942년 103마리 등 624마리의 표범이 포획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강점기 동안 포획이 지속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수는 1000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씨가 말리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이렇게 잡은 표범의 가죽은 대부분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귀족의 장식품이 됐다.

현재 전 세계 동물원에서 200마리 정도의 아무르표범을 보호하고 있다. 국내의 표범은 서울동물원·어린이대공원·대전동물원·청주동물원·전주동물원 등에서 12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 살았던 순수한 혈통의 아무르표범은 서울동물원 2마리, 어린이대공원 2마리로 모두 수컷이다. 서울동물원은 아무르표범의 혈통을 이어가고자 표범 우리를 새로 마련하였고 암컷을 해외동물원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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