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시력 나쁜 초식동물 코뿔소, 그래도 사람 빼곤 무적

중앙일보

입력

[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1)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돌진하는’ 이미지를 가진 코뿔소는 육상동물 중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크다. 영문명인 ‘rhinoceros’는 그리스어 ‘rhinokerōs’의 ‘rhis’ 는 nose(코), ‘keras'는 horn(뿔)에서 유래됐다. 국내에서는 뒤에 ‘소’를 붙여 코뿔소라 하지만 소가 속하는 우제목 동물이 아니라 말이 속한 기제목 동물이다.

발가락이 3개이고 100% 초식을 즐기며 콜라겐 층으로 이루어진 1.5~5㎝의 두꺼운 피부를 가진다. 큰 덩치에 비해 뇌의 크기는 작아 400~600g 정도다. 뿔은 손톱과 머리카락을 이루는 단백질과 같은 형태의 케라틴(keratin)으로 형성된다.

코뿔소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으며 2만 마리 이상이 자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동물원에서도 8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코뿔소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으며 2만 마리 이상이 자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동물원에서도 8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코뿔소는 기제목 코뿔소 과에 속하는 동물을 총칭하나 4속 5종으로 분류되며 각각의 종은 비슷한 점이 많으나 서식지 외형 특징에 조금은 차이가 있다.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는 아프리카에 분포하며 코에 뿔이 2개다.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는 아시아 남부지역에 서식하고 뿔은 수마트라코뿔소가 2개고 나머지 2종은 하나다. 아프리카 종은 앞니가 없어 입술로 풀을 뜯어 먹는다.

흰코뿔소는 큰 머리와 짧은 목에 가슴이 넓고 코뿔소 중에서 가장 커 평균 체중이 암컷 1700㎏, 수컷은 2400㎏에 이른다. 피부는 흰색이 아니고 갈색이나 쥐색이다. 2개의 뿔 중 앞의 것이 크며 평균 길이는 90㎝다. 넓고 평평한 입술은 작은 풀을 뜯기에 편한 모양이다. 탄자니아, 우간다,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를 중심으로 분포한다. 코뿔소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으며 2만 마리 이상이 자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 세계 동물원에서도 8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검은코뿔소는 체구가 작은 편으로 평균 체중 850~1600㎏이며 뿔 크기는 50㎝ 정도다. 피부는 갈색 또는 회색으로 색깔로는 흰코뿔소와 구분이 쉽지 않다. 뾰족한 입술로 풀을 움켜잡듯 뜯어 먹는다. 아프리카 중남부에 분포하며 야생에서 5500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다.

인도코뿔소는 크기가 흰코뿔소 다음으로 평균 체중은 암컷이 1600㎏, 수컷이 2200㎏이며 뿔 길이는 20~60㎝이다. 은갈색의 피부에 어깨 등 엉덩이 부분은 두꺼운 주름이 접혀있어 갑옷을 입은 형상이다. 인도 북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에 분포하며 최근 35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바코뿔소는 코뿔소 중 개체 수가 가장 적어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바에 6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체중은 900~2000㎏이며 어깨 등 엉덩이에 주름이 있으며 수컷의 뿔 길이는 26㎝이고 암컷은 대부분 뿔이 없다.

수마트라코뿔소도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고지대에 분포하고 있으며 개체 수는 80마리 미만으로 추정한다. 체중은 700~1000㎏으로 코뿔소 중 가장 작고 피부는 붉은 갈색이며 성긴 털이 많은 편이다. 뿔은 2개로 큰 뿔은 15~25㎝이며 다른 뿔은 뭉뚝하다.

코뿔소의 일반적 특징에 대해 개체 수가 가장 많은 흰코뿔소를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한다. 흰코뿔소는 사바나 초원지대에서 생활하며 짧은 풀을 선호한다. 하루 중 12시간을 먹는데 보내고 8시간은 휴식과 잠을 취한다. 나머지는 이동과 진흙목욕 등 놀이와 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 평소에는 하루에 2번 정도 물을 마시나 물이 없을 때는 4~5일은 거뜬히 견딘다.

귀는 소리를 향해 좌우가 제각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후각이 발달하여 상대방과 물체의 파악은 거의 냄새에 의존하며 귀의 움직임도 후각의 정보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시력은 매우 약해 30m 정도 떨어진 곳의 정지된 물체를 분별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근거리에서 움직이는 물체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움직임은 빠르고 민첩하여 시속 50㎞로 달릴 수 있다.

성숙한 수컷은 단독생활을 하나 어린 수컷은 암컷 무리에 합류하기도 한다. 상위 수컷은 뿔로 풀을 문지르거나 발로 흙을 긁어내고 소변을 뿌려 영역표시를 한다. 영역을 순찰하는 동안은 1시간에 10회, 30m 간격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데 매번 소변을 뿌리지는 않는다. 하위 수컷은 영역표시가 없다. 코뿔소는 평소에 싸움이 별로 없으나 짝짓기 시기에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심한 싸움을 한다.

코뿔소는 덩치가 크고 시력이 나쁘며 공격성이 약해 밀렵꾼에게 쉽게 노출된다. 포획기술도 다양해져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무성의 총과 헬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코뿔소는 덩치가 크고 시력이 나쁘며 공격성이 약해 밀렵꾼에게 쉽게 노출된다. 포획기술도 다양해져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무성의 총과 헬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암컷은 6~7년, 수컷은 10~12년이면 짝짓기가 가능하며 짝짓기 행위는 다른 초식동물과 달리 30분 정도로 길다. 임신 기간은 16개월이며 40~65㎏ 정도의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2개월 후부터 젖을 떼기 시작하나 12개월까지 젖을 찾는다. 분만 간격은 2~3년이고 새로운 새끼를 낳기 전에 기존의 새끼는 내쫓는다. 수명은 40~50년이다.

어린 코뿔소는 간혹 사자, 악어, 하이에나에게 습격을 당하지만 성숙한 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상위 포식자가 없다. 가장 무서운 적수는 사람이다. 1㎏에 1만 달러 이상 고가로 거래되는 코뿔소의 뿔을 얻을 목적으로 밀렵이 계속됐다. 중국 전통의학에서 최음제, 암 치료제, 열 질환, 경련 등에 효험이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밀렵을 부추겼다. 유럽에서는 물을 정화하고 독극물을 감지하며 해독제 역할을 한다는 그릇된 인식도 있었다.

1977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에서 코뿔소 뿔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였지만, 밀렵은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국제코뿔소재단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아프리카에서 불법 포획이 확인된 개체 수가 9151마리에 이른다. 아프리카·아시아 코뿔소 전문가 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불법거래로 적발된 코뿔소 뿔이 1만1281㎏에 이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중국이 60%를 차지한다.

코뿔소는 덩치가 크고 시력이 나쁘며 공격성이 약해 밀렵꾼에게 쉽게 노출된다. 포획기술도 다양해져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무성의 총과 헬기를 동원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서식지 보유국과 국제기구의 보호 노력으로 최근 들어 밀렵과 불법거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서식지역에 따라 개체 수가 서서히 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주에는 네팔에서 인도코뿔소가 2015년 645마리에서 107마리 증가해 752마리가 되었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었다.

국내는 서울동물원에 3마리, 에버랜드동물원에서 4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흰코뿔소다. 서울동물원은 1997년 번식에 성공한 기록도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