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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진미 고기와 고가 송곳니…하마의 멸종 위기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9)

육상에서 코끼리와 코뿔소 다음으로 덩치가 큰 동물은 하마다. 하마의 영문명인 ‘hippopotamus’는 고대 그리스어로 ‘강에 사는 말(river horse)’을 뜻하는 용어에서 유래되었다. 한자로도 ‘河馬’라 표기하는데 하마는 말(馬)이 속해있는 기제목 동물이 아니라 소(牛)가 속해있는 우제목 동물이다.

우제목 하마과에는 하마와 피그미하마 2개 종이 있다. 피그미하마는 하마와 외형은 비슷하나 체중이 5분의1~10분의1 정도로 작고 행동과 습성에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피그미하마의 설명은 생략하고 하마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한다.

하마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분포한다. 4~5m의 길이에 1.3~1.7m의 키로 뭉툭한 몸체와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평균 체중이 수컷은 1500kg, 암컷은 1300kg이나 수컷의 경우 야생에서는 3200kg에 이르기도 하며 사육상태에서는 4500kg의 기록이 있다. 암컷은 25년이 되면 성장이 멈추지만 수컷은 평생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견갑골이 수직으로 앞다리 뼈와 연결되고 45도 각도인 골반은 뒷다리가 기둥같이 받쳐줘 육상에서도 육중한 체중을 지탱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제류는 발굽 형태의 발가락이 2개이나 하마는 4개의 발가락과 발톱이 있다.

하마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분포한다. 4~5m의 길이에 1.3~1.7m의 키로 뭉툭한 몸체와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사진 pixabay]

하마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분포한다. 4~5m의 길이에 1.3~1.7m의 키로 뭉툭한 몸체와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사진 pixabay]

눈·코·귀는 머리의 맨 위쪽에 있어 온몸을 물에 숨기며 주변을 살필 수 있다. 특히 귀와 코는 물속에서 닫을 수 있어 수중에서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수중생활을 즐기며 5분간 잠수할 수 있으나 수영은 잘하지 못한다. 물에서는 바닥을 발로 차지 않고는 물에 떠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마가 강이나 호수에서 좋아하는 위치는 발이 바닥에 닿을 정도의 깊이가 있는 곳이다. 이러한 장소는 주로 힘이 센 우두머리 그룹이 차지하게 된다. 물속에서는 시속 8km 정도로 이동할 수 있고 육상에서는 순간 최고시속이 30km를 넘기도 한다.

아래턱은 매우 크고 강력해 이를 지탱하기 위해 많은 근육이 발달해 목이 두껍게 보인다. 입은 보통 150도까지 벌릴 수 있으며 하품을 할 때는 더 벌어진다. 무는 힘은 800kg 정도로 세다. 위 아래턱의 앞니와 송곳니는 서로 교차하면서 스스로 갈아져 날카롭다. 특히 수컷의 아래턱 송곳니와 앞니는 계속 자라 매우 크다. 앞니는 최대 40cm, 송곳니는 50cm까지 이른다. 앞니와 송곳니는 먹이를 섭취하는 기능은 없고 오로지 싸우거나 상대방을 위협하는 데 사용된다. 풀은 움직임이 유연한 입술이 당겨 잡아 어금니가 씹는다.

피부는 얇은 외피와 피하지방층, 두꺼운 진피로 이루어져 두께는 6cm에 이른다. 두꺼운 피부는 투쟁할 때나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막이 되기도 한다. 피지샘과 땀샘은 없지만 전신에 걸쳐 피하샘이 분포해 끈적거리는 무색이나 분홍색의 액체를 분비한다. 이를 피땀(blood sweat)이라 부르기도 하나 피도 아니고 땀도 아니다. 이 물질은 햇빛에 노출되면 산화되어 진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해충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조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에는 육상이나 물속에서 분비하나 밤에는 분비하지 않는다.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하마 무리. 주변에 먹이가 되는 풀이 많이 있다. 탄자니아 응고롱고로국립공원. [사진 신남식]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하마 무리. 주변에 먹이가 되는 풀이 많이 있다. 탄자니아 응고롱고로국립공원. [사진 신남식]

하마는 사회성이 있는 동물은 아니지만 대부분 무리를 이룰 때가 많다. 무리는 먹이와 물의 상황에 따라 보통 10마리에서 많게는 100여 마리까지 된다. 암컷만으로 이루어진 무리, 암컷에 새끼가 있는 무리, 암컷 새끼 수컷이 있는 무리, 수컷과 암컷 여러 마리가 있는 무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물에 들어갔을 때 코만 물 밖으로 내밀 수 있는 적당한 깊이의 장소를 선호한다.

여기에 덧붙여 평평하고 햇볕을 쬘 수 있는 둔덕과 저녁에 물을 나와 풀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가깝게 있다면 최적의 장소가 된다. 이러한 곳은 힘이 센 수컷이 차지하게 되고 암컷도 좋은 장소를 찾기에 짝짓기에 유리하다. 영역은 물에서만 행사하고 영역 표시는 배변으로 한다. 배변할 때는 꼬리를 흔들어 배설물이 더 멀리 퍼져나가게 하여 자신의 영역임을 알린다. 하루에 물속에서 16시간 정도 지내고 야간에는 물에서 나와 4~6시간 육상에 머물면서 50kg 정도의 채식활동을 한다. 섭취하는 풀의 양이 몸집에 비해 적지만 낮의 대부분을 물속에 머물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암컷은 생후 5~6년, 수컷은 7~8년이 되면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짝짓기는 주로 우기가 끝나는 시기에 물속에서 이루어지며 임신 기간은 8개월이다. 우기가 시작되어 먹이가 풍부해지는 시기에 25~50kg 정도의 새끼 1마리를 물속에서 낳는다. 새끼는 헤엄쳐 물 위로 코를 내밀고 첫 숨을 쉰다. 어미가 물속에 있을 때는 물속에서 젖을 먹고 어미가 뭍으로 나오면 따라와 먹는다. 6~8개월이 되면 젖을 떼기 시작해 1년이면 완전히 뗀다. 어미는 2년마다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수명은 40~50년이고 동물원에서는 65년의 기록이 있다.

하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취약한 상태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자연상태에서 1만2500~1만50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잠비아가 4만 마리, 탄자니아가 2만~3만 마리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포획과 서식지 훼손이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동물원에서는 하마의 수중 행동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벽면이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일본 오사카 덴노지 동물원. [사진 신남식]

동물원에서는 하마의 수중 행동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벽면이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일본 오사카 덴노지 동물원. [사진 신남식]

특히 1998년~2003년의 콩고전쟁은 콩고지역 개체 수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다. 포획의 주범은 콩고의 군인과 민병대원 등 대부분 군대 그룹이었다 한다. 이들은 상아의 대체품으로 고가에 거래되는 송곳니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진미로 알려진 고기를 이용해 자금확보를 목적으로 무차별 포획을 했다. 이러한 결과 3만 마리에 이르던 개체 수는 거의 사라지고 800마리 정도만 남게 됐다. 2002년 우간다에서 수출한 송곳니는 5.5톤이 이르는데 이는 최소 2000마리가 포획된 결과다.

하마의 동물원 전시는 1850년 런던동물원에서 최초로 이루어졌고 이후 많은 동물원이 뒤를 따랐다. 최근에는 수중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벽면을 투명한 재질로 조성하는 추세다.

국내는 서울동물원, 전주동물원,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서울동물원은 번식을 많이 해 개체 수도 많고 피그미하마도 한 쌍을 보유하고 있어 하마와 차이점을 살필 수 있다. 그러나 국내동물원은 벽면이 콘크리트로 되어있어 수중행동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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