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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수사는 검찰 쿠데타”라는 조국…檢아이콘 누가 만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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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중 마지막 장인 8장의 제목은 ‘검찰 쿠데타의 소용돌이’다. 책 전반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급되긴 하는데, 특히 8장의 대부분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시각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조 장관이 규정한 ‘쿠데타’의 주역은 윤 전 총장인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을 넘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고,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검찰 정치’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판매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책 오른편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다룬 책 '윤석열의 진심'이 함께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판매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책 오른편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다룬 책 '윤석열의 진심'이 함께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文 정부 집중타격해 대권후보 부상”

조 전 장관은 1일 공식 출간한 회고록에서 “2019년 하반기 이후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집중타격하는 일련의 수사를 벌여 수구 보수진영이 지지하는 강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민웅 경희대 교수가 2019년 하반기 이후 전개된 검찰수사를 ‘검찰 쿠데타’로 최초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쿠데타의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조 전 장관은 “이 사건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회 등장한다”며 “나에게는 대통령 탄핵을 준비하는 예비문서로 읽혔다”고 했다.

이어 조 장관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원전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사건도 ‘문재인 정부 타격 수사’라고 정의했다.

“윤석열, 택군을 넘어 군주가 되기로 한 것”

조 전 장관은 “이런 수사를 통해 (윤 전 총장이) ‘택군(澤君‧임금을 선택함)의 시간’을 열었다”고 했다. 그리곤 더 나아가 “윤 총장은 수구 보수진영의 환호와 구애를 받았고. 차츰차츰 검찰총장을 넘어 ‘미래 권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설정했다고 추론한다”며 “‘택군’을 넘어 ‘군주’가 되기로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은 어느 순간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고 판단했고, 방향 전환을 결정했다”라고도 주장했다.

조국 “나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밀지 않았다”

여러 언론이 “조국이 윤석열을 총장으로 밀어 넣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니 이제 와서 비판한다”고 한 데 대해서는 반박했다. 자신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비화도 공개했다.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 의견이 확연하게 나뉘었다…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 대다수 등은 강한 우려 의견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수사의 대가’,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라는 등의 반대 표현이 등장했다는 것도 공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한동훈 검사장과 악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한동훈 검사장과 악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이 임명된 후 한동훈 검사의 서울지검장 임명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며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책 에필로그에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나에 대한 비판이 검찰에 대한 맹목적 옹호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숭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경계한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정상명·안대희, 文 정부 윤석열은 어떻게 다른가

이런 조 전 장관의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전 총장을 ‘검찰 아이콘’으로 만든 책임이 검찰의 책임이냐는 뜻이다.

실제 현재 여야는 정권을 잡았을 때마다 검찰 수뇌부에 친정권 인사를 임명하며 전 정권이나 야당 등에 대한 ‘표적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진보·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연수원 7기 동기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중수부장에 임명해 소위 '한나라당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를 맡겼다. 2007년 대선 당시 야당 경선 및 대선후보 검증수사를 지휘한 검찰총장 역시 연수원 동기 정상명 총장이었다.

이는 정권이 바뀌자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박연차 불법자금 수수 의혹 수사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해 '촛불 검사'로 부상한 윤 전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에 전격 발탁해 전 정권 적폐 수사를 맡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이 인사를 통해 검찰을 정치 도구화하고 예속을 강화한 사실은 외면한 채, 자신에 불리한 수사에 대해 ‘검찰 정치’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책에 대해 “여론몰이를 통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며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더라도 검찰과 법원에 의한 조작된 결론이라는 소위 ‘역사 법정’의 승리를 꿈꾸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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