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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태평양 섬나라…‘中자본’ 쓸고 가자 황무지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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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 위치한 솔로몬제도 말라이타 섬 나오루아 마을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아름드리나무들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흙밭에 통나무만 쌓인 황량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후우카 카이아시는 “마을의 집들도 사라져 마치 죽음과 파멸로 뒤덮인 것 같다"며 개탄했다.

남태평양 국가 목재 90% 이상 중국행 #솔로몬제도, 현 추세면 15년내 자연림 소멸 #전문가들 "中, 책임없이 왕성한 식욕만"

솔로몬 제도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2000년 이후 전체 자연림의 7%를 잃었다. 중국으로 대규모 목재 수출이 이뤄지면서다. 지금 같은 추세로 벌목이 이뤄진다면 2036년에는 자연림 전체가 사라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가 2017년 파푸아뉴기니 내 벌목 현장을 찍은 장면. [글로벌 위트니스]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가 2017년 파푸아뉴기니 내 벌목 현장을 찍은 장면. [글로벌 위트니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태평양 약탈(Pacific plunder)’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중국이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통가, 바누아투 등의 자원을 빨아들이면서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남태평양 국가들이 수출하는 목재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2019년 기준 목재 수출액이 6억9000만 달러(약 7636억)가 넘는다. 가디언은 “에펠탑 같은 구조물을 30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처럼 남태평양의 자원을 싹쓸이하는 건 우선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19년 불법 벌목이나 산림 파괴와 관련된 목재의 구매를 금지하는 개정법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중국 내 목재 공급업자와 도·소매업자 사이에 이 법률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등에선 불법 목재 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실질적인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셰인 맥레오드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공급라인이 짧다는 장점을 활용해 태평양 자원의 가장 독점적 고객이 됐다”면서도 “문제는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인데, 중국은 책임은 없이 왕성한 식욕(appetite)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환경인권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도 중국이 불법으로 벌목된 나무들까지 무분별하게 사들이면서 섬들도 본격적으로 황폐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솔로몬제도에서 수출되는 통나무의 70%가 불법 목재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파푸아뉴기니에서 벌목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글로벌위트니스]

지난 2016년 파푸아뉴기니에서 벌목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글로벌위트니스]

목재뿐이 아니다. 중국은 이 지역의 해산물‧광물 등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6년 태평양에서 조업한 선박의 국적을 조사한 결과 중국 국적이 290척으로 전체 4분의 1 이상이었다. 파푸아뉴기니 라무 광산에서 채굴되는 니켈과 코발트도 매년 약 9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의 2019년 태평양 국가들로부터의 자원 수입량은 목재 480만t, 광물 480만t, 해산물 10만t 등 총 970만t 규모다. 이는 일본과 한국 등 주변 10개 국가의 수입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이에 대해 빌 로렌스 제임스쿡 대학 생태학 교수는 “중국이 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길을 따라 나무가 벌목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 도로. [글로벌위트니스]

길을 따라 나무가 벌목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 도로. [글로벌위트니스]

문제는 당장 불법 벌목 등이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과도한 천연자원 의존, 그리고 정치적 부패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파푸아뉴기니의 총 수출액의 90%가 천연자원 수출에서 나왔다. 렐라 스탠리 글로벌 위트니스 정책 고문은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 모두 정치인들의 부패가 심각한 국가들”이라고 지적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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