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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98만 유튜버 "나도 당했다"···눈뜨고 코베인 '코인 톡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어느 날 카카오톡에서 재테크를 알려주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가 됐다. 수익구조 설명을 듣다가 호기심에 몇백만원을 투자했더니 며칠 만에 수익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구독자 98만 명이 넘는 한 유튜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최근까지 (채팅방 소개를 통해) 가족을 속이며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다 모든 돈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또 “경찰에 찾아갔으나 피해금을 찾는 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러 사람에게 피해준 것에 대해 속죄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글은 지워진 상태다.

‘우후죽순’ 카톡 투자방

최근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 붐이 일면서 확인되지 않은 투자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가장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시장 중 하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다. 31일 오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투자’ ‘코인’ ‘주식’ 등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채팅방이 검색된다. 각 방에는 적게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950여 명이 모여 있는 A주식 ‘리딩방’. 투자 조언을 하며 이끌어준다(리딩·leading)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이 방에서는 주식 장이 열리면 전날 ‘유료방’에서 공유됐던 주식 추천 종목이 공개된다. 방 운영자가 “어제 유료방에서 추천했던 ○○기업이 오늘 묵직하게 치고 올라갔다”고 알리는 식이다. 이어 “여러분만 주식·코인 하는 게 아니다. 남들도 다 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유료 방으로 들어와 수익을 보라”며 유료방 입장을 권유하기도 한다. 운영자는 “약은 약사에게. 주식은 전문가에게^^” “계좌의 평화를 지키려면 전문가와 함께^^”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계속 배포한다.

운영자가 홍보하는 유료방은 월 수십만원의 돈을 받는다. 이 유료방에 가입해 보기 위해 “전문가 프로필을 알고 싶다”고 문의했더니 “투자 경력 15년 이상의 전문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성함이나 소속 등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들은 “어떻게든 수익을 내주겠다” “유료방 입장 하루 만에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가입을 권유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권유하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030이 주로 모인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정보 방도 온종일 떠들썩했다. 암호화폐를 안 산 걸 후회한다는 의미의 이름이 붙은 한 방에는 이날 오후 1200여명이 들어와 있다. 여기서는 수시로 암호화폐 관련 정보나 기사가 공유된다. “지옥 갈 수 있으니 코인 조심하라”와 같은 조언이나 “코인 때문에 멘탈(정신)이 가루가 됐다”는 하소연도 이어진다.

“대부분 리딩방은 불법” 

금감원이 밝힌 주식리딩방 영업방법. 사진 금감원

금감원이 밝힌 주식리딩방 영업방법. 사진 금감원

금융 당국은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뤄지는 투자 권유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주식·암호화폐 투자 열풍으로 이런 형식의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다. 피해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A주식 리딩방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신고된 업체”라고 안내했지만, 해당 업체는 금감원에 등록된 제도권 금융회사는 아니었다. 또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자’라도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인 경우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등록 대상인 ‘투자자문업자’가 아닌 사람이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면 불법이다. 따라서 대다수 주식 리딩방은 불법으로 본다”며 “이렇게 되면 불법 영업이기 때문에 피해 금액을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 같은 불법 정보 방들은 보이스피싱과 비슷하다. 약한 마음을 파고든다”며 “나에게 이런 고수익 정보가 온다는 거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일단 잘 모른다고 생각되면 금감원 콜센터(☎1332)와 상담하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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