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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檢총장은 방탄? 文정부 사건 처리, 기로에 선 김오수

중앙일보

입력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르면 이번 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31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가 31일까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인사청문회법 6조 4항에 따라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수 있다.

“주요 사건은 차기 총장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회의 속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회의 속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당장 대검찰청에 기소 의견이 보고된 두 사건을 마주해야 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가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 중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처리 방향이 그의 결재에 달렸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가 2018년 월성원전 조기 폐쇄 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 중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 대해서도 공을 넘겨받게 된다.

당초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김 후보자의 총장 취임 전 이들 사건을 처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조 대행은 최근 대전지검에 ‘차기 총장과 다시 논의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는 등 결정을 미뤘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 중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은 김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일 때의 일이다. 그 역시 출금 승인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이해충돌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회피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홍성 수원지검장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기소된 2019년 안양지청의 1차 수사 무마 사건 관계인으로 연루된 탓에 사건 수사 초기부터 지휘를 회피했다. 이에 따라 오인서 수원고검장의 재량이 커질 경우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유력하단 관측이 나온다.

대전지검의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는 백 전 장관 등 관련자에 대한 기소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양동훈)가 관련 사건 수사에 근거 자료를 제공한 최재형 감사원장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 시민단체는 최 원장 등을 월성원전 감사 관련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비서관 기소 여부도 그간 수원지검 수사팀과 대검 사이에 ‘밀당(밀고 당기기)’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적 중립성 시험대 될 듯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취임 직후 처리하게 될 사건들은 모두 현 정권 인사들이 피의자인 사건이다. 사진은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김오수(오른쪽) 당시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법무부 차관)으로부터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취임 직후 처리하게 될 사건들은 모두 현 정권 인사들이 피의자인 사건이다. 사진은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김오수(오른쪽) 당시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법무부 차관)으로부터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가 최근 소환 조사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 처리도 차기 총장의 몫이 됐다. 다만 이 차관이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김 후보자가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차관이 낸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차관에 검찰이 칼을 휘두른단 인상은 희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변호사 시절 운행 중인 택시 안에서 기사를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폭행)를 받는 이 차관은 30일 경찰에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후보자가 현 정부 인사 관련 사건을 최종 불기소로 지휘하거나 향후 중간 간부 인사에서 각 수사팀 부장검사가 교체된 뒤로 결정을 미룰 경우 임기 말 ‘방탄 총장’을 자처한단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모두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여 기소로 결론 낸다면 거꾸로 여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청문회 과정에서 꾸준히 우려가 제기된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는 그가 취임 이후 직면하게 될 현 정부 관련 사건 처리 방향에 달린 셈이다. 앞서 지난 26일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수사의 과잉을 막기 위해 수사에 대한 지휘가 필요하다. 총장은 자동차로 얘기하면 엑셀(가속 페달)이 아니라 브레이크(제동 장치)”(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란 주장이 나왔다. 당시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으라”(김 의원)는 주문에 “말씀하신 내용의 취지를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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