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발라드 세손 수식어 감사하지만 갇히고 싶진 않아”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07:00

26일 미니앨범 ‘다섯 마디’를 발매하는 가수 정승환. [사진 안테나]

26일 미니앨범 ‘다섯 마디’를 발매하는 가수 정승환. [사진 안테나]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가수 정승환(25)이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를 준비하며 가슴에 새긴 말이다. SBS ‘K팝스타’ 시즌 4(2014~2015) 준우승으로 시작해 첫 미니앨범 ‘목소리’(2016)를 발매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지닌 색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탓이다. 26일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신사동 안테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만약 그게 정통 발라드라면 정말 잘 해버리자고 승부수를 띄우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작년에 발표한 싱글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와 ‘어김없이 이거리에’가 약간 생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이 바보야’처럼 정승환 하면 떠오르는 음악은 뭘까 찾고 싶었어요.”

2년 만에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 발매
유희열·김이나·아이유 등 지원 사격
“잘할 수 있는 음악 고민…승부수 띄워
감정 표현 위해서 영화·드라마 찾아봐”

‘안녕, 나의 우주’ 이후 2년 만에 발매하는 이번 앨범은 수록된 5곡 모두 정통 발라드를 표방한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처럼 오랜 친구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나 찬란하게 사랑했던 지난날을 담담하게 추억하는 ‘봄을 지나며’ 등 다양한 사랑의 파편이 담겨 있다. 그는 “곡을 모아 놓고 보니 모두 사랑 이야기였다. 사랑을 주제로 만든 곡을 보면 대부분 실제로는 말하지 못해서 음악의 힘을 빌려 노래 뒤에 숨어 마음을 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음악이라는 게 말하지 못한 한 마디로 시작돼 점차 확장해가는 세계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노래마다 한마디씩 쌓여서 다섯 마디가 되는 거죠. 전부 이어지진 않지만 저마다 이야기를 담은.”

“사랑 노래, 실제론 말하지 못해서 시작돼”

정승환은 “너무 큰 그림을 보면서 가다보면 스텝이 꼬이는 것 같다”며 “눈앞의 한 걸음씩 잘 쫓아가다 보면 꽤 멀리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꾸준히 잘 걸어가고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사진 안테나]

정승환은 “너무 큰 그림을 보면서 가다보면 스텝이 꼬이는 것 같다”며 “눈앞의 한 걸음씩 잘 쫓아가다 보면 꽤 멀리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꾸준히 잘 걸어가고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사진 안테나]

한 마디를 내뱉기는 쉬워도 삼키기는 쉽지 않았다. ‘친구, 그 오랜 시간’만 해도 슬픈 이별 노래로 시작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세레나데가 됐다가 안타까운 짝사랑의 정서를 입었다. 안테나의 수장 유희열과 작사가 김이나가 노랫말에, 작곡가 서동환이 멜로디에 힘을 보탰다. “제가 다 완성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작사ㆍ작곡에 뛰어난 친구들도 많지만 저는 플레이어, 보컬리스트의 포지션이라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유희열 선배님이 지휘권을 가지고 통솔했다면 이제 조금씩 맡겨주시는 것 같아요. 두발자전거를 연습하고 있으면 뒤에서 잡고 있던 손을 몰래 놓는 정도? 이번 앨범이 잘 돼야 제 목소리가 더 커지겠죠. 하하.”

같은 소속사 식구들 외에도 아이유가 작사·작곡한 ‘러브레터’, 노리플라이 권순관과 함께 작업한 ‘봄을 지나며’ ‘그대가 있다면’ 등도 눈에 띈다. 아이유와는 작사에 참여한 ‘눈사람’(2018)과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2019)에 이어 세 번째 협업이다. “두 분 다 제가 데뷔 전부터 좋아하던 뮤지션인데 영광이죠. ‘러브레터’는 작년에 아이유 선배님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부른 미발표곡이에요. 방송을 보고 노래가 너무 좋아서 커버를 해서 SNS에 올렸는데 ‘승환씨가 불러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선배님 말씀을 빌자면 본인이 의도한 가사의 방향을 잘 표현했다는데…. 특유의 시적인 표현이나 뻔하지 않은 작법이 제 취향에도 잘 맞아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아이유 곡 선물 영광…뻔하지 않은 작법”

정승환은 “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하고 일이 줄어들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작업밖에 없다. 다행히 집이나 작업실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어서 하드가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사진 안테나]

정승환은 “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하고 일이 줄어들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작업밖에 없다. 다행히 집이나 작업실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어서 하드가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사진 안테나]

남다른 감수성과 표현력의 비결로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한 간접 경험을 꼽았다. ‘친구, 그 오랜 시간’처럼 노래 속 화자가 오랫동안 끙끙대며 말을 못하는 성격이라면 본인은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이번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정환(류준열)이 덕선(혜리)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도움을 받았다. “예전에 어떤 곡을 녹음하기 전에 통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요. 그런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영화를 보고 나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그 후로 더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봄을 지나며’를 녹음할 땐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를 참고했고. 내용이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아도 감정이 영향을 미치니까요.”

이문세ㆍ변진섭ㆍ신승훈ㆍ조성모ㆍ성시경 등 발라드 계보를 잇는 ‘발라드 세손’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발라드 안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발라드라는 장르가 정승환의 음악을 정의하거나 규정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번에 발라드 앨범을 만들었지만 거기서부터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여러 가지 색깔 중 하나라도 확실히 하고 가고 싶은 마음이지, 이 길로 정하자는 아니었거든요. 어떤 수식어나 미사여구보다 ‘목소리’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더 욕심을 내본다면 많은 사람이 들어주는 가수도 좋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머무르며 문득 떠오를 때마다 찾아 듣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