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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BTS를 북‧남미에서 찾는다…지도 넓히는 K팝 오디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정규 2집을 발표한 NCT. 각종 유닛으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 23명이 전부 모였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0월 정규 2집을 발표한 NCT. 각종 유닛으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 23명이 전부 모였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북ㆍ남미에서 K팝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하이브(옛 빅히트)가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잡고 내년 미국 오디션을 통해 글로벌 보이그룹 론칭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CJ ENM과 SM엔터테인먼트도 연내 새로운 프로젝트 돌입을 알렸다. CJ ENM은 6일 워너미디어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HBO 맥스와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엔데몰 샤인 붐독과 손잡고 남미에서 K팝 DNA를 가진 보이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밝혔다. SM은 7일 미국 제작사 MGM 텔레비전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보이그룹 NCT의 새로운 멤버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방탄소년단(BTS) 등의 활약으로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이 급부상하면서 해외 방송사와 제작사에서도 ‘넥스트 K팝 스타’의 탄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하이브 내년 미국서 보이그룹 오디션 론칭 #SM은 할리우드, CJ 남미서 연내 진행 발표 #다국적 그룹 넘어서 K팝 시스템 이식 도전

SM, NCT 아시아 넘어 할리우드로

K팝에서 글로벌 오디션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H.O.T.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멤버를 찾기 위해 해외 오디션을 진행했다. 동방신기 등 2세대 아이돌의 해외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엑소 등 3세대 아이돌은 중국 등 외국인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2016년 NCT 데뷔 당시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1단계 한류 수출과 2단계 현지 합작을 거쳐 3단계 현지화에 진입했다”고 발표한 것처럼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국내 기획사 입장에서 K팝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오랜 염원이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와 마크 버넷 MGM 프로듀서 겸 회장.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와 마크 버넷 MGM 프로듀서 겸 회장.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이 발표한 ‘NCT 할리우드’는 이 같은 프로젝트의 연속 선상에 있다. 이미 서울을 기반으로 한 NCT 127과 청소년팀 NCT 드림, 중국팀 WayV 등 다양한 유닛이 활동하고 있고 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에서도 준비 중이다. NCT 할리우드는 아시아를 벗어난 첫 팀이자 현지 대형 제작사 MGM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더 보이스’ 등을 연출한 프로듀서이자 MGM 회장인 마크 버넷은 “K팝은 음악의 한 장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문화적인 현상”이라며 “K팝을 미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흥분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SM 측은 “코로나19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연내 채널을 확정하고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존 멤버들과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브, UMG·이타카 손잡고 몸집 키워

하이브는 현지 레이블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유니버설 산하 게펜 레코드와 합작 레이블을 설립해 LA에 본사를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게펜은 음악 제작과 글로벌 유통,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고 하이브는 아티스트 발굴과 트레이닝, 팬 콘텐트 제작 등을 맡는다. CJ ENM과 합작법인 빌리프랩을 만들고 Mnet ‘아이랜드’를 통해 보이그룹 엔하이픈을 결성한 것처럼 미국 내 미디어 파트너사를 찾아 내년 방영 예정이다. 지난달 저스틴 비버ㆍ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음악 산업에서 존재감도 더욱 커졌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서 먼저 주목받은 방탄소년단은 라디오와 TV 등 전통 매체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가 더욱 중요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발표한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이브 방시혁 의장 겸 대표이사, UMG 루시안 그레인지 회장 겸 CEO, 인터스코프 게펜 A&M 레코드 존 재닉 회장 겸 CEO, 하이브 윤석준 글로벌 CEO. [사진 각 사]

지난 2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발표한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이브 방시혁 의장 겸 대표이사, UMG 루시안 그레인지 회장 겸 CEO, 인터스코프 게펜 A&M 레코드 존 재닉 회장 겸 CEO, 하이브 윤석준 글로벌 CEO. [사진 각 사]

CJ ENM, 급성장하는 남미 진출 기대감

CJ ENM은 ‘미지의 세계’ 남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Mnet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 등 새로운 히트 상품이 탄생할 때면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리메이크한 적은 종종 있지만 남미와 공동 제작은 처음이다. 지난 3월 발표된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 음악 시장 성장률은 15.9%로 아시아(9.5%), 북미(7.4%)보다 훨씬 가파르다. 다음 달 남미 진출을 앞둔 HBO 맥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CJ ENM 측은 “K팝과 K콘텐트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당사의 기획제작 역량에 현지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남미의 특성까지 담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규탁 교수는 지난해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소니뮤직이 손잡고 니혼TV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멤버 전원이 일본인인 걸그룹 니쥬의 성공 사례와 2017년 미국ㆍ크로아티아ㆍ포르투갈ㆍ일본 등 다국적 멤버로 결성된 EXP 에디션 등 한국인 없는 K팝 아이돌 그룹이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를 언급했다. “현지에서 결성되고 활동한다 해도 현지 그룹으로 인식되면 큰 메리트가 없는 반면 K팝 그룹으로 인식되면 신선함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전형적인 미국 오디션보다는 한국 오디션에 가까울 것”이라며 “K팝의 문법을 차용한 그룹의 결성 과정을 방송을 통해 보여준다면 초기 단계부터 팬덤을 형성하는 데도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아이돌 시장 점령, K팝의 무한도전

지난달 미니 2집을 발표한 엔하이픈. Mnet '아이랜드'를 통해 결성됐다. [사진 빌리프랩]

지난달 미니 2집을 발표한 엔하이픈. Mnet '아이랜드'를 통해 결성됐다. [사진 빌리프랩]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디 엑스 팩터’를 통해 결성된 영국의 원디렉션이나 미국의 피프스 하모니처럼 오디션을 통한 스타 탄생은 서구에서도 이미 검증된 모델”이라며 “다만 메이저 방송사에서 K팝 오디션을 제작하기까지 자본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현상이 단발적 성공에 그치지 않고 미국 빌보드 양대 차트를 석권하고 그래미 등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무대를 펼칠 때마다 시청률과 트래픽이 치솟는 것을 보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보이밴드 혹은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를 모두 점령한 상황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고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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