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 성시경, 댄스가수로 돌아왔다 "외도 10년 신인느낌"

중앙일보

입력 2021.05.23 12:00

업데이트 2021.05.23 12:37

21일 정규 8집 ‘ㅅ’을 발매한 발매한 가수 성시경. [사진 에스케이재원]

21일 정규 8집 ‘ㅅ’을 발매한 발매한 가수 성시경. [사진 에스케이재원]

가수 성시경이 8집 ‘ㅅ’으로 돌아왔다. 2011년 7집 ‘처음’ 이후 10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이다.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신인가수처럼 모든 게 새롭다”며 쑥스러워했다. 당초 지난해 봄 앨범을 내고 ‘축가 콘서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늦춰지면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만족할 때까지 준비할 수 있었던 앨범”이라고 밝혔다. JTBC ‘마녀사냥’(2013~2015)을 시작으로 지난달 론칭한 채널S ‘신과 함께’까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얼굴을 비쳤던 그는 “외도를 너무 오래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용기를 못 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11년 7집 ‘처음’ 이후 10년만 정규앨범
‘아이 러브 유’ 춤추기 위해 템포도 수정
“‘온앤오프’ 하며 도전 중요성 새삼 느껴”

덕분에 얻은 교훈도 있다. tvN ‘온앤오프’를 진행하면서 스타의 본업 외 일상을 엿본 그는 “사람들이 참 많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최여진씨는 웨이크보드를 타고 유라는 그림을 그리고 엄정화 누나는 격투기를 하는 걸 보면서 저도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어요. 제과기능사 시험도 보고, 늦은 나이에 일본어능력시험 공부도 하고. 마흔세살에 댄스곡에 도전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이제 와서 댄서가 되거나 춤을 되게 잘 출 수는 없겠지만 연습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저 나이에 참 열심히 했다고 하는 소리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곡 쓰는 것보다 맞춰서 연기하는 게 좋아”

‘미소천사’(2001) 이후 20년 만에 댄스곡 ‘아이 러브 유(I Love U)’에 도전했다. [사진 에스케이재원]

‘미소천사’(2001) 이후 20년 만에 댄스곡 ‘아이 러브 유(I Love U)’에 도전했다. [사진 에스케이재원]

그래서인지 타이틀곡 ‘아이 러브 유(I Love U)’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제법 신나 보인다. 20년 전 ‘미소천사’를 부를 때처럼 쑥스러워하는 대신 즐기는 모양새다. “원래는 느린 곡이었는데 춤을 추기 위해 템포도 수정했어요. 제가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한계가 있구만’ 하며 웃으실 텐데 그게 포인트에요.”

사람ㆍ사랑ㆍ삶ㆍ시간ㆍ상처ㆍ선물ㆍ손길ㆍ시 등 ‘ㅅ’으로 시작하는 소중한 것들을 담은 14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 역시 관통하는 주제는 없지만 자연스레 흐른다. ‘우리 한때 사랑한 건’ ‘마음을 담아’ 등은 ‘영혼의 파트너’로 통하는 심현보 작사가와 함께 직접 만든 곡이다. 다른 사람의 곡을 받는 것도 저어하지 않았다. 조규찬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방랑자’나 김이나 작사가와 오랜만에 재회한 ‘이음새’ 등 다양한 이름이 눈에 띈다.

“저도 곡을 쓰긴 하지만 작사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지 않은 편이에요. 작품을 쓰는 것보다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가수라서 좋은 곡이 있으면 내 스타일대로 연기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더 크죠. 그냥 사랑 노래만 계속 하고 싶기도 해요. 20대의 풋풋함이 담긴 사랑 노래가 있다면 70대가 되어서 성숙하게 부르는 사랑 노래는 그 맛이 다르잖아요.” 그는 헤어진 엄마 아빠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맘 앤 대드(Mom and Dad)’나 30대가 지나야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이 담긴 ‘자장가’ 등을 예로 들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수록곡에 대한 애착을 표했다. “원래 타이틀곡은 유학 보내준 자식 같고, 깔리는 곡들은 돈 못 준 자식 같거든요. 유학까지 보냈는데 성공 못하면 더 꼴보기 싫을 수도 있지만. 하하.”

“전 국민이 사랑하지 않아도 설 자리 생겨”

어느덧 데뷔 22년차를 맞게 된 성시경은 “연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무르익듯이 노래도 더 맛있게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에스케이재원]

어느덧 데뷔 22년차를 맞게 된 성시경은 “연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무르익듯이 노래도 더 맛있게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에스케이재원]

2000년 싱글 ‘내게 오는 길’로 데뷔해 어느덧 중견 가수가 된 소회도 밝혔다. 올 초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진행을 맡아 한국 대중음악사 아카이빙 작업을 함께 했던 그는 “선후배들이 함께 모여 행복해하는 표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좋을텐데’(2002) ‘두 사람’(2005) ‘거리에서’(2006) 등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가수로서 정승환ㆍ폴킴ㆍ악뮤 이수현 등 후배 가수들과 함께 발라드 장르 전체가 오랫동안 사랑받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요식업으로 치면 원조 족발집 하나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족발 타운이 형성돼야 다 같이 잘되는 건데…이왕이면 제가 원조였으면 좋겠고요.”

오랫동안 숙제로 품어온 10집을 발매한 만큼 앞으로는 “너무 민망해하거나 쪽팔려 하지 않고 자주 신곡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신동엽의 추천으로 발을 딛게 된 예능도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예전엔 방송 3사밖에 없으니 프로그램 진행을 하려면 ‘국민 MC’ 정도는 돼야 했는데, 지금은 채널이 워낙 많아서 저처럼 전 국민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JTBC ‘비정상회담’(2014~2017)이나 KBS2 ‘배틀 트립’(2016~2020), 아니면 요리 프로그램처럼 제가 좋아하는 분야도 있고. 20대 때는 음악방송에 출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예능에 나가면 필요한 것만 쏙 뽑아먹고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편집이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잖아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볼 생각입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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