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맛 퍼포먼스로 부상한 즈즈즈…4세대 아이돌 경쟁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2021.05.18 13:45

‘킹덤: 레전더리 워’에서 정글에 뛰어든 짐승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스트레이 키즈. [사진 Mnet]

‘킹덤: 레전더리 워’에서 정글에 뛰어든 짐승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스트레이 키즈. [사진 Mnet]

4세대 아이돌 그룹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3년 데뷔한 3세대 대표주자 방탄소년단(BTS)의 전성기가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앨범 판매량 등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 초부터 해외 활동을 병행하며 이름을 알려온 이들은 코로나19로 운신의 폭은 좁아지면서 되려 또 다른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 국내 활동이 늘어나고 새로운 팬덤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데뷔 3~4년 차가 향후 그룹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중간 평가 시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중요한 시기다.

국내보다 해외 활동 많던 보이그룹
Mnet ‘킹덤: 레전더리 워’서 맞붙어
탄탄한 스토리텔링 녹인 무대 선전
BTS 이후 낀 세대 재평가 기회 부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즈즈즈’다. 2017년 데뷔한 크래커 소속 더보이즈와 이듬해 데뷔한 JYP의 스트레이 키즈, KQ의 에이티즈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면서 ‘즈즈즈’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난달 시작한 Mnet ‘킹덤: 레전더리 워’에 함께 출연하면서 시너지도 커졌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큐브의 ‘보컬 강자’ 비투비 등 선배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YG 소속인 7년 차 아이콘이 자유분방하게 무대를 휘젓고 다니고, FNC의 6년 차 SF9이 모델 같은 외모로 무대를 런웨이로 만든다면, 즈즈즈는 완벽하게 짜여진 스토리텔링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식이다.

경연의 키 된 셀프 프로듀싱·세계관 전쟁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모티브를 얻어 ‘원더랜드’ 무대를 새롭게 꾸민 에이티즈. [사진 Mnet]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모티브를 얻어 ‘원더랜드’ 무대를 새롭게 꾸민 에이티즈. [사진 Mnet]

방탄소년단 이후 부각되고 있는 셀프 프로듀싱 능력도 한몫했다. 팀 내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멤버 존재 여부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무대의 범위가 달라진다. ‘킹덤’에서 대면식 및 1ㆍ2차 경연을 합산한 종합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트레이 키즈는 멤버 8명 중 3명(방찬ㆍ창빈ㆍ한)이 프로듀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데뷔 전 쓰리라차라는 이름으로 믹스테이프를 내기도 했던 이들은 기회가 올 때마다 실력 발휘 중이다. 에이티즈 역시 당초 프로듀서를 꿈꿨던 리더 홍중을 중심으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콘셉트로 꾸민 무대를 선보이는 등 전문가 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하면서 ‘킹덤’ 출연권을 얻게 된 더보이즈는 방송 효과를 톡톡히 봤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세계관을 활용한 연속성 있는 무대로 호평받았다. 지난해 2월 발매된 정규 1집 ‘리빌(REVEAL)’ 판매량은 8만장 수준이었지만 ‘로드 투 킹덤’ 종영 후 9월 발매한 미니 5집 ‘체이스(CHASE)’는 36만장으로 4배 넘게 뛰었다. 에이티즈는 올 3월 발매한 미니 6집 ‘제로: 피버(ZERO: FEVER) Part.2’로 39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케이팝 레이더 집계 결과 지난달 팬카페 가입자 수 증가 1위를 차지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해 9월 발매한 정규 1집 리패키지 ‘인생(IN生)’으로 이미 42만장을 기록했다. 올해 새 앨범이 발표되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남미 시장 뜨면서 센 콘셉트 선호

드라마 '왕좌의 게임' 콘셉트를 활용해 '더 스틸러' 무대를 꾸민 더보이즈. [사진 Mnet]

드라마 '왕좌의 게임' 콘셉트를 활용해 '더 스틸러' 무대를 꾸민 더보이즈. [사진 Mnet]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세 팀 모두 퍼포먼스가 강하고 서사가 많고 콘셉트가 분명한 ‘마라맛’ 무대를 선보이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는 K팝에서 북ㆍ남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1세대는 국내, 2세대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3세대로 넘어와 국경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선호하는 콘셉트도 바뀌었단 얘기다. 이어 “방탄소년단 이후 유입된 K팝 팬들은 ‘쩔어’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 초기 곡에 대한 향수가 있다. 즈즈즈의 무대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역시 해당 3곡을 “해외 팬덤이 결집하고 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을 나서면서 보편성을 획득하게 된” 계기로 꼽았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세대라는 것은 본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명확한 구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4세대 아이돌을 묶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즈즈즈가 최근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인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또 “해외 팬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영상이기 때문에 무대 하나, 영상 한 편의 파급력을 잘 알고 있어서 최근에 나온 팀들일수록 무대 연출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킹덤’ 시청률은 1%가 채 되지 않지만 방송사나 기획사 모두 경연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가요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기는 모양새다. 2019년 방탄소년단 동생 그룹으로 데뷔한 빅히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나 지난해 CJ ENM과 합작한 빌리프랩 소속의 엔하이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낀 세대’의 고충을 겪었던 팀들이 재평가 받을 기회가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활동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국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글로벌 투표로 팬덤 규모가 보이면서 새삼 놀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콘텐트 관련 댓글을 보면 한글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SNS뿐 아니라 커뮤니티 언급량도 증가하는 걸 보면서 국내 팬덤 증가 추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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