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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이준석 돌풍에 "장유유서 있다"···與서도 "꼰대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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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불고 있는 ‘이준석(36) 돌풍’이 더불어민주당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4·7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은 변화와 쇄신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정작 보수 야당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더 크게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자칫 꼰대정당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스럽다”(박용진 의원)는 우려마저 나온다.

민주당의 ‘이준석 논쟁’은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정세균(71) 전 총리로부터 시작됐다. 정 전 총리는 25일 오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향해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데, 경륜 없이 할 수 있겠는가”라며“옛날에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다 우리나라엔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며 “(이준석 현상과 같은)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만, (국민의힘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간담회를 갖고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간담회를 갖고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박용진 “깜짝 놀라”, 이낙연 “현실 직시해야”

그러자 당내 최연소 대선주자인 박용진(51) 의원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내놨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40대 기수론’의 정당인 민주당이 어쩌다가 장유유서를 말하는 정당이 됐느냐”며 “자칫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 꼰대 정당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민주당은 지금 ‘장유유서’와 ‘경륜’보다 ‘환골탈태’와 ‘도전’이라는 말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는 국민의힘보다 더 센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다른 유력 대선주자들도 ‘이준석 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낙연(69) 전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당수 국민이 청년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요구가 있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재명(57) 경기지사 측 관계자도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거를 거치며 미풍이든 돌풍이든 아무튼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지 않느냐”며 “향후 본선을 생각하면 상당한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이후 가장 먼저 쇄신을 외쳤던 민주당 20·30세대 초선 의원들 사이엔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김남국(39)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 정책 부재에 대한 민심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써 이 전 최고위원이 높은 지지를 받는 것 같다”며 “우리 당도 굉장히 긴장하며 지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30대 초선 장경태(38)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돌풍은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뜨는 건) 단순히 젊고 방송 출연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낡은 정치를 깨라’고 보수 지지층도 명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의 ‘장유유서’ 발언에 대해 “당 대표를 장유유서로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여야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이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상황이다. 다른 당이지만 이준석·김웅 등 청년 정치인의 시도를 기대감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장유유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페이스북에 “오해가 있었나 보다. 제가 말씀드린 취지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며 “젊은 후보가 정당 대표로 주목을 받는 것은 큰 변화고, 그런 변화는 긍정적이며 정당 내에 잔존하는 장유유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정 전 총리는 인터뷰 원문 이미지를 첨부하며 “직접 눈으로 읽고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남수현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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