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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위, 혐의자 고발 전날…'변호사 김오수' 찾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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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월 금융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미공개 정보이용 등)' 혐의자를 변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4월 법무부 차관에서 퇴임한 김 후보자는 그해 7월 법무법인(로펌) 화현에 들어가 2020년 9~12월 매달 1900만원, 올해 1~4월 매달 29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전관 예우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자는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적지 않은 보수"(국회 제출 답변서)라면서도, 수임사건 내역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금융위원회에게서 받은 ‘최근 3년간 로펌 관계자의 금융위 출입 내역’에 따르면 법무법인 화현에서 2020년 12월 1일과 9일 A 변호사가, 올해 1월 13일 A 변호사와 김오수 변호사가 금융위를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출입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서면답변을 통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조사 중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혐의자측 변호인으로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혐의자의 문답 조사 등을 위해 출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사건은 금융위가 검찰로 고발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자를 우리가 다음 날(1월 14일) 법적 조치하려고 하자 김 후보자가 찾아와 마지막 조력을 한 사건”이라며 “우리는 해당 사건이 증거인멸 우려 등 빠르게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바로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김 후보자는 퇴임 후 금융당국 수장(금융위원장·금감위원장) 등용설에 올랐던 인물이었다”며 “겉으로는 ‘검찰총장이 되면 금융범죄 사건에 대한 엄정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스스로는 금융 범죄사건을 변호하며 고액 수임료를 챙겨온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속한 화현은 금융·주식 관련 사건을 다수 수임해 왔는데, 김 후보자는 총장 지명 직전까지 교보생명 주식 평가 관련 ‘교보생명 vs 어피니티 컨소시엄(사모펀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법정 공방의 안진 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한편 김 후보자는 2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낸 답변서에서 법조계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전관 변호사에 대한 부적절한 특혜는 근절되어야 한다”며 “전관 변호사 선임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변론권이 보장되고, 사건처리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金, 수임 사건은=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게서 받은 김오수 후보자의 사건 수임 경유내역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0년 9월 8일 ~ 올해 5월 6일 총 22건에 담당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민사 사건은 1건(공사대금), 행정 소송은 2건(불공정거래 사건)이었다. 나머지 19건은 형사 사건으로 주로 서울중앙지검에 계류된 사건이었다. 유 의원은 "법무부 차관에서 나온 직후 이 정도 수임이면 공직에 다시 서기보다는 이제부턴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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