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 오빠, 밀어 쳐~ " 부인 이송정씨 말처럼 좌완 공, 결대로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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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 팬들이 1일 저녁 도쿄돔에서 이승엽의 400호 홈런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응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오빠, 밀어쳐~."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 도전했던 2003년. 긴장과 초조함 속에 홈런이 터지지 않을 때, 그의 부인 이송정씨는 "오빠(이승엽)에게 밀어치라고 얘기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게 치려고 잡아당기는 것보다 부드럽게 밀어쳤을 때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다는 아마추어의 진지한 조언이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승엽은 시즌 56호 홈런을 '밀어쳐서' 넘겼다. 2003년 10월 2일 대구구장에서 롯데 이정민을 상대로 터뜨린 그 홈런은 좌중간 담장 너머로 날아간 '밀어친' 홈런이었다.

역사적인 400호 홈런도 그때처럼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왼손투수 이가와의 공을 결대로 밀어쳤다. 이승엽이 올해 왼손투수에게 오히려 강한 면(왼손투수 상대 0.353, 오른손투수 상대 0.315)을 보이는 가장 큰 비결은 왼손투수의 바깥쪽 공을 좌익수 쪽으로 부드럽게 밀어치는 데 있다.

야구계에서 왼손타자 타격의 기본 가운데 "유격수 머리를 보고 밀어쳐라"는 말이 있다. 이승엽은 그 기본에 충실한 타격으로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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