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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19조원 공장 짓겠다”며 지역 안 밝힌 삼성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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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가 미국에 170억 달러(약 19조2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과 착공·가동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선물 뚜껑’은 열었으나, 미국 주(州) 정부와 인센티브 협상은 전략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속내로 해석된다.

세금·인프라 지원, 고객사 확보 등 #인센티브 협상력 높이기 위한 전략 #텍사스·애리조나·뉴욕 유치경쟁 #삼성 “지방정부들과 계속 논의 중”

앞서 21일(현지시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가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를 공식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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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 규모만 밝혔을 뿐, 지역과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자리 2000개 이상이 창출되는 대규모 투자인 만큼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지역을 확정하는 중요한 변수는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다. 지난 2월 텍사스주 지역 매체인 커뮤니티 임팩트 뉴스페이퍼는 “삼성전자가 향후 25년간 100% 세금 환급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오스틴시가 ‘향후 10년간 6억5000만 달러(약 7300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와 텍사스주 조세국이 주고받은 서류에 따르면, 삼성의 투자가 이뤄지면 해당 지역에 최소 1800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간접 고용을 포함해 2973명이 채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효과는 86억 달러(약 9조7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요청한 25년간 세제 감면 혜택의 총액은 1조원 미만이다.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애리조나·뉴욕주도 삼성전자와 꾸준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리조나의 공장 후보지로 꼽혔던 부지의 경매가 유찰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주는 삼성전자에 시설 건설과 일자리 창출 보조금, 용수·전력 비용 감축 등을 통해 9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인센티브 제공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문승욱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을 위해 세제·인프라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장 후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지방정부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투자계획 발표를 미룬 것에 대해 “주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전기와 물 공급인데, 오스틴시는 연초에 전기 문제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곳”이라며 “세제를 포함해 이런 인프라 협상까지 세부 조율할 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방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미국 내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대한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미국 투자를 계기로 대만 TSMC와 주로 거래하던 애플·엔비디아 등 미국 팹리스 기업들을 삼성전자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게 연방정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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