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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백신 손잡고 미사일 제한 해제, 한·미동맹 정상 궤도 복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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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01면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양국 외교가에선 “동맹 외교가 본궤도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지난 4년간 이어진 한·미 간 엇박자와 그에 따른 불협화음을 뒤로하고 한·미동맹이 비로소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바이든 첫 정상회담 #북핵·반도체·원전 등 포괄 협력 #동맹 복원에 양국 정상 공감대 #문 “한·미동맹은 세계평화 핵심축” #미, 판문점 선언 존중 입장 밝혀 #전문가 “확장된 동맹으로 전환”

특히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 기존에 주요 의제로 거론됐던 현안은 물론 미사일 지침 폐기와 원자력 발전 협력 등 경제·국방 분야에서도 입장을 같이한 것은 한·미동맹 관계의 수준과 폭을 한 차원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이 바이든 시대 한·미 정상의 첫 대면 자리였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 같은 입장 조율이 향후 바이든 시대의 한·미 관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회담은 형식과 의제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는 크게 달랐다. 이날 회담은 두 정상의 단독 회담에 이어 외교·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소인수 회담, 모든 현안을 두루 논의하는 확대 회담 순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36분간 문 대통령을 옆에 앉혀 놓고 미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답변을 이어간 것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의제도 ‘돈 문제’가 주요 현안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는 크게 달랐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등 양국 관심사는 물론 기후변화, 미얀마 사태 등 민주주의 이슈, 원자력과 우주 탐사 등 글로벌 이슈가 총망라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국은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중량 제한을 풀고 원전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싱가포르 선언 외에 판문점 선언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동맹’을 복원하자는 양국 정상의 뜻이 일치하면서 적잖은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간담회에서도 북한 문제보다 코로나 문제를 먼저 언급하며 “한·미 대화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양국 협력을 더욱 깊게 하고 전 세계의 연대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1일 정상회담 직전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미동맹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서 동맹의 모범이 돼왔다”며 “이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한·미동맹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바이든 대통령도 적극 호응하는 모습이다. 미사일 지침 해제 등 그동안 한국이 요청해 왔던 일부 사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역할 또한 강조했다. 반도체 등 경제 협력에 이어 정상회담 전후로 코로나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이 부각된 게 대표적이다. 양국 외교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렸고, 대신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지구촌 이슈와 관련해 여러 숙제와 책임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4년간 한·미 외교는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젠다에 의해 끌려 왔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동맹 간의 어젠다가 복원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도 그동안 한·미 외교를 대북 정책의 종속변수로만 봐왔는데 이젠 북한 문제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국가적 위상을 높일 기회로 동맹 외교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도 “안보 일변도였던 기존의 동맹 체제가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확장된 동맹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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