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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빈 죽음으로 몰아" BBC에 분노한 윌리엄·해리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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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왕세손(왼쪽)과 해리 왕자. 연합뉴스

윌리엄 왕세손(왼쪽)과 해리 왕자. 연합뉴스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BBC방송 직원에게 속아 ‘1995년 인터뷰’를 했다는 조사 결과에 강한 어조로 BBC를 비판했다.

가디언과 AP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20일(현지시간) 각기 성명을 내고 BBC를 비판했다.

과거 BBC ‘파노라마’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문제의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빈은 “그 결혼은 남편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현 찰스 왕세자의 부인)가 있어 복잡했다(Well, 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며 불륜관계를 털어놓았다.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은 이날 성명에서 다이애나빈과 가진 마르틴 바시르의 인터뷰가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했다고 말했다. 다이애나빈과 남편 찰스 왕세자는 1992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는데, 인터뷰가 방영된 뒤인 1996년 이혼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윌리엄 왕세손은 바시르가 다이애나빈과의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이는 ‘아주 효과적이지 못한’ 내부 조사에 의해 덮였는데, 당시 내부조사를 이끈 토니 홀은 이후 BBC의 사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해당 인터뷰는 부모님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를 아프게 해왔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가짜뉴스의 시대로 공영방송과 자유언론이 지금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라면서 “(BBC의) 잘못은 내 어머니와 가족뿐 아니라 대중도 실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파노라마 프로그램이 다시 방영돼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BBC가 1995년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적절한 조사를 했다면 어머니는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이애나빈은 1997년 8월 세상을 떠났다.

해리 왕자는 형 윌리엄 왕세손보다 강한 어조로 BBC를 비판했다. 그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이러한 관행이 더 심해져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가 (비윤리적 관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우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보호함으로써 모두를 지키고 어머니의 삶과 함께한 존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분께는 감사하다”면서 “이는 정의와 진실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다이애나빈 인터뷰 성사 배경을 두고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지난해 대법관을 지낸 존 다이슨 경에게 독립적인 조사를 의뢰했다.

다이슨 경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BBC 직원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바시르가 다이애나빈에게 접근하기 위해 위조 문서를 사용하고 이전에도 반복적으로 거짓말한 정황도 담겼다. 또 바시르에게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BBC의 과거 1996년 조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바시르는 지난주 보고서가 BBC에 제출되기 몇 시간 전에 건강문제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 뒀다. 그러면서 위조 문서에 대해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위조문서는 다이애나빈의 (인터뷰) 참여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주장은 유지했다.

BBC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이 사과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팀 데이비 현 BBC 사장은 “BBC는 당시 일어난 일을 파악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고, 더 투명했어야 했다”면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BBC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윌리엄 왕자, 찰스 왕세자, 다이애나 왕세비손과 가족 사진을 찍은 해리 왕자(왼쪽 아래). 연합뉴스

과거 윌리엄 왕자, 찰스 왕세자, 다이애나 왕세비손과 가족 사진을 찍은 해리 왕자(왼쪽 아래).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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